최광탁씨(44·경북 영천시 창구동) 집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다. 식구는 고작 3명. 그러나 14년전부터 심장병을 앓고 있는 최씨와 아들 재열군(7), 1급 정신지체장애인 아내 박복심씨(28) 곁에는 '이웃사촌'들이 늘 함께 있다. 일곱산 난 아들보다도 정신연령이 낮은 아내 대신 때로는 어머니가 되주고, 빨래며 청소까지 마다않는 이웃들이 최씨의 유일한 '재산'이다.이웃들은 오히려 "자기 몸을 가누기도 힘들면서 틈만 나면 무의탁 노인들을 찾아 돌보고 동네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는 최씨의 모습에 감동했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씨가 이곳으로 이사온 것은 1년전, 더부살이를 해오던 동생의 직장이 부도를 맞고서부터.그러나 세식구의 끼니를 벌어왔던 연탄배달일이 끊기면서 최씨는 실업자가 됐고 협심증을앓던 심장은 3년전 심장경색증으로 악화됐다. "걸을 힘이 남아있는 한 남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던 최씨는 결국 자존심을 꺾고 지난해 1월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았다.외줄을 타듯,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삶. 그러나 최씨에게는 철부지 아들보다 어린 아내의 모습이 더 눈에 밟힌다. 연탄을 갈 때면 열의 아홉 장은 그냥 깨뜨리고 마는, 혼자서는 집을 찾아오지도 못하는 아내. 말없이 항상 웃기만 하는 아내의 모습이 병든 심장보다 더 아프게 가슴에 박인다고 한다.
"식구들을 볼 때마다 꼭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라는 최씨.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한 살림이병원치료를 허락지 않지만 최씨는 낙담하지 않는다. 언제나 고마운 이웃들에게, 자신을 보며웃는 아내에게 최씨 역시 따뜻한 미소를 던진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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