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미사일 발사 배경·파장

김정일(金正日)총비서의 주석직 승계를 앞둔 북한이 31일, 돌연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재개하면서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사회가 긴장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은 곧바로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대북경수로 재원분담 서명을 거부, 대북경수로 재원조달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북·일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됐고 북·미고위급회담을 하루앞두고 있던 미국도 우려를 금치 못했다.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당초 금강산 관광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1일 오전소집된 통일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초점으로 올랐다. 이자리에서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 등 참석자들은 북측의 무모한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표명하고 관련국가 및 국제기구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그러나 '안보와 협력의 병행'이라는 대북정책의 추진기조는 재확인했다. 금강산관광사업을눈앞에 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다소 신중한 반응이었다.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당국자는"대외적으로는 뉴욕에서 진행되고있는 북·미고위급회담의 협상력 제고용이자 대내적으로는 김정일총비서의 주석 취임에 앞서 김정일의 지도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의 햇볕정책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미묘한 시점을 택해 미사일 발사시험을 한 것은 북·미고위급회담과 김정일주석 취임을 앞둔 북한내부 결속 등을 겨냥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1일 새벽으로 예정된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미사일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속셈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미사일협상에 착수한 후에는 사실상 시험발사가 어렵다는점을 감안한 '선미사일개발·후협상'이라는 군사적략적인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추측되고있다. 핵시설 의혹을 받아온 영변주변 지하시설에 대한 미국의 사찰요구를 수용, 효용가치가떨어진 '핵카드'를 대신할 제2의 카드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6월 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미국이 진실로 우리의 미사일 수출을 막으려면 하루 빨리 경제제제를 해소하고 경제적 보상을 하라"며 미사일을 담보로 한 대북협상을 통해미국의 경제제재 완화와 차질없는 중유공급 등의 반대급부를 요구한 바 있다.

또 대내적으로는 주석 취임을 앞두고 있는 김정일총비서의 군사적 지도력을 과시함으로써김정일의 카리스마를 부각시켜 주민단합 등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있다.그러나 이같은 북한의 '벼랑끝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대북경수로 재원분담 서명이 무산됐고 미·일 등 국제사회의 태도도 강경하다.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도 적지 않은영향을 받을 전망이고 남북관계 전반에도 냉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徐明秀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