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여야 총재회담은 불신과 대결만이 지배하던 정국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는데 가장 큰의미가 있다. 여야는 이날 회담을 계기로 적어도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나 정국운영의 파트너로조차 인정치 않고 퇴출이나 극복의 대상으로 간주, 대화조차 필요없다는 상황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게됐다.
물론 회담 준비과정에서 입증됐듯 8개월여의 대결에 따라 누적된 불신감이 단 한 차례의 만남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이다.
사실 여야를 극단적인 대결로 몰아 갔던 현안 가운데 마무리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른바 총풍,세풍이 그렇고 표적시비를 일으킨 정치인 사정도 불구속수사 방침으로 유예시켜 놓았을 뿐 뇌관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인위적 정계개편을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해석하기 나름이다. 아직 정치권 제2 사정과 이를 통한 전국정당 출현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정기국회 최대 고비인 예산안 심의과정에서도 지역편중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전망이어서 여야의 대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예산심의가 완료된다고 해도 여야가 접근방식에서 큰 인식 차를 보이는 경제청문회가 또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다.
정책과 제도의 개선에 집중된다면 무리가 없겠지만 사람에게 초점이 모아질 경우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구여권인사들이 많은 한나라당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증인채택과 의제선정에서 부터 날카로운 대치상황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이날 회담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는 모두 정치적 실익을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대통령은 이날 회담으로 정국안정을 바탕으로 한 제2의 건국이라는 국정청사진에 매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은 국내정치보다는 경제회복과외교.안보에 전념할 수 있게 됐고 정기국회의 원만한 운영과 경제청문회 개최, 그리고 정치개혁의연내 마무리를 위한 담보를 야당으로 부터 얻어냈다.
또 이총재로서는 우선 김대통령과 마주 할 수 있는 국정운영의 파트너이자 한 축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또 극한대결로 소진된 당력을 보충하고 전당대회 이후계속돼 온 당내의 동요를 진정시켜 정상화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총재는 부담도 동시에 안게됐다. 경제청문회 개최를 합의해 줌으로써 당내 민주계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경제실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책임론이 다시 거론되는 계기를 여권에 내주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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