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주인 할아버지의 배려

"방세도 제대로 못냈는데 오히려 생활비까지 쥐어주니 주인집 할아버지가 너무 고맙습니다"

실직자 김진구씨(39)는 요즘 '세상은 아직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단칸 셋방도못구해 처자식을 처가에 맡겨두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처지가 됐지만 전에 살던 집주인 홍사동 할아버지(68.대구시 동구 율하동)의 따뜻한 배려가 너무나 고마웠기 때문.

김씨가 홍씨 할아버지 집에 단칸 셋방을 얻어 들어간 것은 지난 3월. 안경테 수출업을 하던 김씨는 지난해 12월 IMF사태로 회사가 부도나고 살던 아파트도 회사빚을 갚느라 처분해 홍씨 할아버지 집에 단칸방을 얻어 생활하게 됐다.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김씨는 5개월째 방세를 내지 못했고 지난 3일 세식구가 살던 셋방도 비워야만 했다.

그러나 주인 홍씨 할아버지는 오히려 "밀린 방세는 걱정하지 말고 다시 집을 구할때까지 생활비로 사용하라"며 30만원을 내밀었다.

그렇다고 홍씨할아버지도 결코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남의 땅을 빌려 농사일을 하던 할아버지의 재산이라곤 2층 양옥집 한채. 지난해부터는 땅을 빌리지 못해 2층 방세외에는 수입이 없었다.지난달 아들 장가보낼 때도 돈이 없어 집을 담보로 농협에서 빚을 냈다.

누구보다도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는 홍씨 할아버지. 형편만 되면 그냥 살라고 하고 싶었지만 김씨를 내쫓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형편이 풀리면 밀린 방세와 할아버지 돈 꼭 갚을게요"

김씨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며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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