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부모라면 한 번 쯤 아이들이 "가족신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떼를 부리는데 골머리를 앓는 경험을 한다. 가족신문 제작을 과제물로 내주는 교사가 많기 때문이다.
백지에 사진 몇 장 붙이고 설명을 몇 줄 써 보내거나, 일간신문을 적당히 베끼고 가족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덧붙이거나, 학부모들의 대처유형도 여러가지다.
그러나 아이들이 과제물로 들고 온 가족신문을 자녀교육은 물론 가족화합에까지 활용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강난사씨(44·주부·대구시 달서구 상인동)도 마찬가지 경우. 아이의 과제물 때문에 고민하다 지난 연말 컴퓨터 장만을 계기로 월간 가족신문 발행을 시작했다. 이번 달로 6회째. 6~8면으로 제작한다. 제호는 고향마을 이름을 따 '쏘곤대는 나뭇골'로 정했다.
처음에는 강씨가 원고와 편집 대부분을 맡았지만 갈수록 아버지의 참여가 많아지고 있다. 아이들도 원고쓰기엔 귀찮아하지만 한달 한달 쌓이는데 즐거워한다. 가족끼리 말하기 힘든 것도 신문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나누게 됐고 서로의 생활에 대한 이해도 한층 넓어졌다.
친척들, 이웃들에게 한부씩 보내주다 보니 계속 부수가 늘어 요즘은 15부 정도를 만든다. 힘들다고 생각한 일이 막상 해나가다 보니 재미있어졌다는 강씨. 좀 더 잘 만들기 위해 지난달부터 달서구 청소년 수련원에 개설된 가족신문 과정에 참가하고 있다.
함께 수강하는 노종선(38·주부)씨는 이제 막 가족신문 만들기를 시작한 단계다. "아이들이 숙제로 가져오는 걸 마음대로 해주다 보니 안 되겠다 싶어 제대로 한 번 만들어 여러 모로 활용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YMCA 과정을 거친 이순희(대구시 북구 태전동)씨네 가족신문 '옻골'은 거의 일간신문 수준이다. 폭넓은 기사와 다양한 컬러에 광고란까지 있다. 광고비는 없지만 일간신문에 난 아버지의 회사 광고부터 이웃 상가들 광고까지 여럿을 싣는다.
김천여중 2학년 민지네 가족신문은 탁월한 모범사례로 전국에 알려져있다. 인터넷에 가족신문 홈페이지까지 만들 정도로 온 가족이 열성이다.
잘 만들든 못 만들든 가족신문이 있는 가정은 화목할 수밖에 없다. 조그만 백지에라도 가족의 이야기를 하나 둘 모아나가는 정성만 있다면 가족의 화합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가족신문을 만드는 이들은 입을 모은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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