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해협을 사이에둔 양안(兩岸)관계가 심상치 않다. 며칠전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이 양안관계를 '국가대 국가'(國與國)로 언급한 이후부터다. 베이징측은 호떡집의 불을 연상게 할만큼 왁자지끌. 저마다 타이완 집권층을 욕하기 바쁜 모습이다. 이총통을 가리켜 '중화민족 천고의 죄인'이라는 막말에서부터 대만쪽을 관할하는 남경군구(南京軍區)에선 예사롭지 않은 군사훈련 움직임까지 타전는 판세다. 베이징에 체류한 사람들은 그 신분이 기자든 외교관이든 '대만은 분할될 수 없는 중국영토의 일부분'이란 중국당국의 '프로파간다'에 젖어들게 돼 있다. 한나라 두제도(一國兩制)란 표어와 함께. 요컨대 지금 당장은 북경에 흡수되길 바라지 않지만 대만의 원소유주는 북경, 즉 대륙에 등기돼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만 해달라는 집요한 광고인 셈. 최근엔 총리 주룽지(朱鎔基)가 즐겨 본다는 홍콩의 위성TV 펑황타이(鳳凰台)가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려 들면 단 6시간만에 완전 점령'이 가능하다고 흰소리를 보탠다. 이미 장쩌민(江澤民)주석은 미국의 클린턴에게 '무슨 일이 나도 말리지 말것'을 당부한 터. 그러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다 해도 도무지 양안간에는 싸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기껏 대륙의 푸지엔(福建省)과 2㎞떨어진 타이완의 최전방 진먼(金門)에서만 5단계의 경계·비상태세중 4급이 발령돼 있을뿐. 오직 걱정은 최근 열흘새 주가가 15%정도 추락한 사실일 뿐이다. 타이베이의 지식인들은 '타이완은 침몰하지 않는 미국의 항공모함'(不可沈沒的美國航空母艦)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렇다면 리덩후이의 발언배경은 다른데 있지않다. 내년 3월의 총통선거에서 국민당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전략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 자신 96년3월 선거이전 미국방문을 통해 베이징을 한껏 자극, 압승하는 등 재미를 짭짤하게 봤다. 정치인들의 발언, 새겨들을 일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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