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암만 생각해도 프로듀서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될 때가 더러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연주회 녹화할 때다. 녹화하는 행위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연주회 녹화는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연주가 진행되는 공간과는 떨어져 있는 중계차 안에서 카메라 모니터를 통해서 지켜봐야 하고, 음악은 생음악을 듣는게 아니라 마이크가 잡아낸 소리를 차 안의 스피커를 통해서 들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계속 지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케스트라 연주를 녹화할 때는 한꺼번에 모든 악기를 다 연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주하는 악기를 놓치지 않고 화면에 담으려면 잔뜩 긴장해야 한다. 그래도 연주회 녹화는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정말 즐거운 일은 리허설을 보는 것이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리허설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리허설 때는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과 곡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음향 상태도 확인하는데, 이 때 그들의 음악을 향한 열정이나 인간적인 따뜻함이나 혹은 범인(凡人)들과는 다른 예술가의 독특한 풍모를 느낄 수도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두 사람이다. 정경화는 리허설 내내 실내악 단원들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함께 연주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듯이 보여서 좋았고, 마이스키와는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제법 긴 시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향수 냄새가 좋았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연주회가 끝나면 때때로 연주자들의 '비공식 리셉션'에 초대받을 때도 있는데 그런 자리는 더욱 재미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무슨 '시리즈'이야기도 하고 노래방 기계에 맞춰 신나는 댄스곡을 부를 때도 있다. 그런 자리에서는 '연주자 누구'가 아닌 그야말로 '인간 아무개'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일들은 프로듀서가 아니었다면 누리기 어려운 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주말에는 정경화 독주회가 있다. 이제 무더위도 가셨으니 오랜만에 정장 차림으로 연주회에 가는 것도 새 계절을 맞는 운치가 아닐까.
대구방송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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