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채한 논설위원

미국의 한 의과대학 연구팀이 최근 인간의 4대 기본미각 외에 '제5의 맛'이 있다는것을 쥐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일본의 한 학자가 이미 92년전에 단맛, 쓴맛, 짠맛, 신맛외에 해초수프 맛과 비슷한 우아미(旨味)라는 특이한 미각이 있다는 학설을 내놓았는데 이번에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맛 한가지를 규명하기위해 과학자들은 그 증명에 거의 한 세기를 쏟아 부은 셈이다. 이것은 어느모로나 맛이 그만큼 인간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텁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혀를 통해 느끼는 미각 외에도 맛이라는 말로 오늘의 우리를 스스로 질책하며 맛의 또다른 색다른 맛에 맛 좋아 한다. 특히 비유적으로 쓰일 때는 그 맛이 아주 괜찮다. 살림살이 맛이 어떤가 하고 사물에 재미스러움을 느낄 때 쓰는 그 맛도 맛좋지만 그렇지 못해 내뱉을 때에도 맛좋아 한다. 엉뚱하고 쓸데없고 지저분하고 욕심만 많고 거짓말 잘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있지 않는가. 맛이 갔냐? 맛없는 국이 뜨거운 법이라고 했다. 볼품없이 날뛰는 교만한 사람을 빗댄 말이다. 총선을 앞둔 지금의 우리 정치판이 마치 맛없이 뜨겁기만 한 국과 되로 담은듯 흡사하다. 한 쪽에서는 후비고 다른 한 쪽에서는 후벼진 구멍을 메우느라 진땀깨나 흘린다.

이럴때 진짜 맛을 보여 주어야 할 맛이 바로 국민들의 따끔한 맛이다. 법이 있어도 그 법을 지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도 누구 하나 수사하지 않는다. 법이 잘못되었으면 정당히 그 법이 고쳐질 때까지 기다린 후 일을 진행시켜야 그게 도리다. 먼저 와장창 부숴놓고 법을 고쳐라 아우성이면 이건 순서가 아니다. 제5의 맛을 증명하는데 한세기가 걸린 예를 우리는 깊이 한번 새겨 보아야 한다. 낙선운동을 둘러싼 음모론까지 대두되면서 온 나라가 정치열병에 시달리고 있다. 엄연히 입법, 사법, 행정의 3부에다 제4부라는 언론이 있지만 이들이 쓴맛, 단맛, 신맛, 짠맛으로 무장한 탓인지 어정쩡해 도대체 맛이 없다. 맛이 정말 간 것일까. 우리도 이제 진정 제5의 맛을 찾을 때가 온 것 같다. 따끔한 제5의 맛 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