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시민운동을 보면서

대표적 시민혁명의 하나인 프랑스 대혁명은 1789년 7월 파리 시민들의 바스티유 감옥 습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구제도의 모순에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폭정의 상징인 감옥을 습격하던 날 루이 16세는 사냥을 하고 돌아와 쉬고 있었다. 왕의 측근인 랑쿠르공(公)이 감옥의 피습 사실을 전하자 왕은 놀라 "무엇이라고? 그것은 반역이 아니냐?"하고 소리질렀다. 그러자 랑쿠르공은 명확하게 대답하였다. "폐하, 이것은 반역(revolt)이 아니라 혁명(revolution)입니다"

일반적으로 반역은 악(惡)과 불의(不義)로, 혁명은 선(善)과 정의(正義)로 인식되고 있다. 하나의 행위를 두고 사람과 방법에 따라 반역과 혁명으로 달리 평가할 수 있다. 절대왕정시대인 당시 루이 16세로 볼 때는 왕과 체제에 대한 도전은 분명 반역이었고, 그들 시민은 극형으로 처리되는 것이 마땅하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폭정에 대한 저항은 정의로 인식되었고, 그 저항행위는 반역이 아닌 혁명으로 반전되어, 결국 루이 16세는 시민들에 의하여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과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을 둘러싸고 국민적 혼란과 분열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이 심히 걱정스럽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으나 법리상 위법의 한계를 안고 있는 시민운동과 자기방어적 대응논리 속에서 대상자 선정의 부당성과 음모론을 주장하는 정치권의 반발행위 중 어느 쪽이 선이고 어느쪽이 악인지 쉽게 판가름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주권주의 국가에서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는 정치인의 행위는 반역이고, 그러한 반역을 행하는 정치인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김영조.영진전문대 교수.사회봉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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