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권을 들고 해외여행을 나서보면 비교적 대접받는 곳이 중국이다. 출입국 수속에서부터 호텔숙박 수속까지 일단 제시된 여권을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들이대며 상하좌우로 훑는 일도, 사진과 실제인물과의 날카로운 대조과정도 비교적 생략되는 곳이다. 신장된 국력이 물론 바탕에 깔렸겠지만 외형상으로도 워낙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대륙을 찾기 때문에 중국당국과 중국인들의 한국인들을 대하는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상사 주재원, 유학생들이 여권을 분실하거나 심지어 강탈당하는 일들이 최근들어 빈발하고 있다는 보도다. 얼마나 사례가 많았길래 한국여권의 공정가격이 700만원으로 알려졌으며 이중 미국이나 일본의 입국비자가 있으면 다시 2~3배나 높게 가격이 형성돼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여권관련 사고의 한복판에 중국동포들이 상당수 끼여있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의 표현으로는 차오시엔주(朝鮮族), 그들의 시각으로는 한주(漢族)를 포함한 56개 종족중 하나란 뜻일 뿐이니 우리까지 덩달아 조선족으로 부르기엔 문제가 없지않지만 아무튼 한국인 관련범죄의 주변엔 이 중국동포들이 끼여있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여권관련 범죄는 주로 비교적 싼 호텔을 찾는 한국관광객들에 이들이 접근, 호텔을 소개한후 숙박수속, 항공권, 기차표 예약 등의 명목으로 여권을 건네받은 후 달아나는 수법이 가장 보편적인 셈. 말이 안통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같은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니 오히려 여행자 자신에게 문제가 더 많을 수 있다. 해외에 나가도 조금치의 불편도 겪지 않겠다는 자기중심성향과 우리보다 못해 보이는 현지 동포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황당한 우월감 같은 것이 이같은 범죄를 가능케하는 바탕요인이다. 중국을 찾는 한국인은 지난해에만 80만명을 웃돌았다. 한달평균 7만명씩 찾은 셈이다. 거리의 간판이 한자라는 이유, 우리보다 아직은 여건이 못한 경제상황, 항상 주변에 모여드는 동포들의 빈한한 행색 등을 보고 격에 맞지않는 우월감을 갖는 속물 근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피해는 우리 자신들에게만 집중된다는 사실을 새길 필요가 있다.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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