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25일 정치개입을 본격화할 뜻을 은연중 내비쳐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상도동 자택에서 '민주국민당'(가칭) 대표최고위원으로 내정된 조순(趙淳) 의원의 예방을 받고 "전직 대통령이긴 하지만 정치적 문제가 있으면 분명한 입장을 얘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신당창당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신당 추진파간 '구애경쟁'이 치열해 'YS 인기도'가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신당 창당 공방을 계기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시켜, 정치 일선에 컴백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전 대통령은 이같은 발언을 기자들이 배석하고 TV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 공천파문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에는 신당 추진파는 물론 이 총재측 인사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상도동 기류를 파악하느라 부심하고 있어 마치 김 전 대통령의 야당총재 시절을 연상케하고 있다.
신상우(辛相佑) 국회부의장, 김윤환(金潤煥) 의원,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 등 신당 추진파들이 최근 잇따라 YS를 면담했고, 이날 아침에는 이 총재가 전격 방문, 부산 서구 등의 공천자 재조정 뜻을 밝히면서 상도동의 '이해'를 구했다. YS가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물론 YS는 작년 4월 퇴임후에도 과거 자신의 정치적 텃밭이었던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하고 현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매도하는가 하면 지난해 9월에는 사조직이었던 '민주산악회' 재건을 시도하는 등 정치활동으로 비쳐질 수 있는 행보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야권 분열 상황을 맞아 YS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언행은 "정계에 복귀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는 가운데 4·13 총선을 전후해 보다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핵심측근인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최근 YS가 '국민의 자유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5년간 재임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내가 다시 대통령이 되겠느냐, 야당총재가 되겠느냐'고 언급한 점을 거론,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발언은 계속 해나갈 것"이라면서 "다만 '정치권력' 쟁취라는 의미에서는 정치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 "YS의 정치재개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정치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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