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하면 연상되는 단어는?
붓과 캔버스, 팔레트와 그 위에 어지럽게 나열된 갖가지 색깔의 물감, 이젤.
거기다 트레이드 마크쯤으로 인식되는 속칭 '빵모자'까지 더하면 우리들의 머릿속엔 이미 한 화가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디지털, 컴퓨터, 인터넷 등의 단어가 화가들의 전통적인 이미지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그래픽디자인에서 컴퓨터가 '붓'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이미 옛날 이야기. 이제는 순수미술 작가들까지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쯤 되면 앞으로 화가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작품을 구상·제작하고 스케치북이 아니라 캠코더나 디지털 사진기를 들고 야외스케치에 나설 지도 모르는 일.
미술과 디지털 기술이 만나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미술분야로는 비디오 아트, 디지털 회화, 넷 아트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백남준씨와 지난해 작고한 대구작가 박현기 등이 국내의 선구자로 꼽히는 비디오 아트는 디지털 미술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한한 비디오의 표현 양식에 매료된 수많은 신진 작가들이 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린터로 출력된 작품을 바로 캔버스 위에 붙이거나 수작업을 덧붙이는 디지털 회화는 복제가능성 때문에 미술 개념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 미술중에서도 극소수에 속하는 넷 아트는 인터넷을 배경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것. 단순히 웹 갤러리를 통해 기존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이미 원시적인 수준.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을 선보이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품이 변화하거나 인터넷 접속자의 반응에 따라 작품이 바뀌는 등 작품 제작자와 감상자가 엄격히 분리되는 기존 미술의 관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미술흐름이다.
그렇다면 몇 년 후 미술계에는 붓과 물감이 완전히 사라지고 컴퓨터만이 존재하게 될까. 이런 예상에 대해 거의 모든 미술 관계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디지털 미술이 기법상의 다양성 측면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가의 철학 등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은 부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미술은 미술의 한 장르 내지 기법으로 서서히 자리잡겠지만 전통적인 미술이 여전히 건재하리라는 것. 오히려 디지털 미술 열풍에 대한 반동으로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작가 특유의 정교한 터치가 돋보이는 미술작품이 호응을 얻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뉴욕 미술계를 둘러보고 귀국한 미술평론가 신용덕씨는 "뉴욕 작가들의 최신 작품을 보고 두 번 놀라게 된다"고 말한다. 컴퓨터 등 첨단 기기를 사용해 만든 거대한 작품에 압도당하고, 그 기계적인 느낌의 작품에 그려진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세밀한 회화작업에 다시 한 번 놀란다는 것.
"첨단 기기는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주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며, 결국 미술은 손의 작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작품 경향이자 앞으로 세계 미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뉴욕 화랑가의 분위기였다"고 신씨는 말한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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