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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가뭄 끝에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박태기 꽃눈은 벌써 발갛게 부풀어 있고 들판을 온통 휘저어 놓던 바람도 잠자코 지켜보고 있다. 온몸이 나른하게 가라앉으며 들판에 자옥이 내려앉은 안개처럼 젖고 있다. 제각기 두꺼운 옷을 입고 돌아앉아 서로의 마음을 저울질하며 좀처럼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서 가슴을 열고 서로를 맞아들이라고 빗줄기가 부드럽게 채근하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시기가 도래하면서 사회에 만연해 있던 갈등 요인들이 부풀고 과정되어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내는가하면 잠재해 있던 상처도 다시 도지게 하고 있다.

입으로는 화합을 외치면서 자기네들 이익에 따라 갈등을 유발시켜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온통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이 되돌아오고 무성한 여름 끝에 가을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재밖에 시간은 존재하지 않은듯 조급하게 서로을 비난하고 있다.

잠시라도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안개낀 들판에 나가 빗줄기를 맞으며 소리 없이 요동치는 생명의 몸짓들을 바라보라.

나무와 풀, 들새까지도 서로 생존을 위해 경쟁은 하지만 그런대로 자기 위치를 알며 조화롭게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데, 우리는 작은 풀잎 같은 편견하나로 얼마나 또 싸워야 하는가. 빗줄기를 맞으며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풀씨들처럼 가슴을 활짝 열고 모두들 저 들판으로 달려가 서로를 감싸 안으며 따뜻한 눈인사를 나누는 봄맞이 축제라도 했으면 좋겠다. 김용주.경북대의대교수.진단방사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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