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상황이 다시 온다해도 분연히 일어설 겁니다. 사회의 변혁을 위해선 청년들의 뜨거운 가슴이 필요합니다"
4.19 당시 청구대 2학년으로 시위대열 맨앞에 섰던 송길영(62.여)씨. 그때 그 '대학생'은 이제 반백의 할머니가 됐지만 천지를 뒤흔들던 그날의 함성은 아직 귓가에 쟁쟁하다.
"동료 여학생이 시위 도중 경찰에 끌려가 고문 끝에 죽었다는 소문이 온 학교에 퍼졌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시위대가 모이고 교문밖으로 뛰쳐나가게 됐습니다"
송씨는 "시위 도중 반월당 근처에서 찾으러 나온 아버지에게 붙잡혔을 때 아버지의 표정이 기억에 생생하다"며 "결국 다시 시위에 합류했다 남대구서에 끌려가기도 했지만 대구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회고했다.송씨는 그러나 "불의에 항거한 대학생들의 순수한 투쟁이 그동안 정치적으로만 이용돼 4.19정신 자체는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아쉽다"며 "젊은이들이 사회적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미완의 혁명인 4.19를 완성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송씨를 비롯한 4.19혁명 대구.경북동지회는 올 가을 4.19 40돌 기념지를 낼 예정이다. 이미 작고한 회원도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그날의 기억'들을 정리해둬야 후세에 제대로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4.19 당시 경북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곽병숙(65) 동지회 이사는 "기념지 발간은 4.19세대가 스스로 겪은 혁명을 4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평가해보자는 취지"라며 "회원들의 회고록뿐만 아니라 언론계, 학계, 사회단체 등 각계 각층의 4.19에 대한 해석도 함께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지회는 또 희미해져가는 4.19 정신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지난해 회칙을 개정, 4.19 이후 세대에게도 회원 가입의 문호를 개방했다. 이와 함께 두류공원내 기념관 건립, 민주공원(옛 중앙초등)내 기념조형물 설치 등도 계획중이다.
최규태 동지회 총무(59)는 "그날의 동지들은 민주화의 초석이 됐다는 긍지를 한결같이 간직하고 있지만 변변한 기념조형물 하나 없는 게 서글픈 현실"이라며 "올해내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후 모금운동을 시작, 기념관과 기념조형물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李尙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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