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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심 알려면 서문시장으로

서문시장은 지금도 신천 둔치와 함께 대구에서는 대규모 정치집회가 가능한 대표적인 장소다. 신천 둔치는 초대형 집회를 열 수 있는 곳이지만 청중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문시장의 상징성은 더욱 부각된다.

때문에 대구에서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에게는 서문시장 방문이 필수 코스다. 총선 후보들은 물론 대구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대선 후보들은 더욱 그렇다. 서문시장의 상징성과 상품성은 최근의 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92년 12월 14대 대선 당시 '아파트 반값'공약으로 유명했던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는 이곳 서문시장을 다녀와서는 대구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다. 서민경제를 대표하는 대구 제일의 상권에서 보여준 환대가 자신에 대한 뜨거운 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역대 총선 때마다 각 후보들은 앞다투어 이 곳을 찾았고 그 때마다 상인과 장보러 온 시민들로부터 환대를 받고는 자신감에 차 돌아가곤 했다이 곳 사람들은 자신의 지지 여부를 떠나 찾아오는 '정치 손님'에 대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늘 환대를 해 주었다. 높은 정치의식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지지는 아니다. 손님 대접은 대접대로 하고 표는 생각대로 찍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사람으로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를 들 수 있다. 이 총재는 지난 97년 11월 한창 아들의 병역문제로 코너에 몰려 있던 상황에서 이곳에 들러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총재는 기회있을 때마다, 특히 정치적 위기 때마다 이곳에 들러 전환점으로 삼았다.

그런 이 총재가 28일 다시 이곳을 찾았다. 이번에도 시장 사람들은 박수로써 환영을 표했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는 알 수가 없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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