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광수-경운대 교수·경찰행정학)

장래 경찰 행정을 전공하려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1일 '법의 날'을 앞두고 법학 기초 강의 시간에 좀더 특별한 강의를 하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자료를 찾으며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날 석간에는 경찰을 포함한 공직자 20여명이 불법 오락실 단속을 빌미로 뇌물을 받은 기사가 사회면 톱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어떻게 설명할까.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러나 나는 지난 초봄 교통사고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젊은 경찰 3명의 활동을 소개하고 학생들과 함께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는 안목을 키우자 하였다.

친구 몇 사람과 팔공산 산행을 마치고 순환도로를 이용하여 파계사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트럭 한 대가 도로 좌측 가로수를 들이 받고 거꾸로 넘어져 있었다. 기사는 신음만 하고 있었고, 한 아주머니는 망가진 차 문을 열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를 하는 것 같았고 나머지는 차 문을 열어보려고 시도하였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고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경찰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왔다. 경찰차는 도착하자마자 공구를 싣고 다니는지 찌그러진 차 문을 쉽게 열고 한 사람씩 꺼내더니 피범벅이 된 두 사람을 재빠르게 등에 업고 경찰차로 옮긴뒤 우리를 향해 "신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곧장 사이렌을 울리며 하산하였다. 일행중 한 친구가 "경찰도 필요할 때가 있네"하며 혼자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나 나는 운전을 하고 오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고를 목격하고 차 문을 열려고 노력할 때 시트에 고여 있는 피를 보고 '내 차로 후송하면 내차가 더러워질 것인데'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지나간 것이 떠올라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그 경찰들은 이제 30대인데… 그러나 나는 내 차 걱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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