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산업과학연구원 재료공정연구센터 수석연구원 김선욱(金善旭·48) 박사. 김 박사는 지난 10여년간을 줄곧 '세라믹(Ceramics)'이라는 물질 한가지에 매달려 지냈다. 세라믹이라는 용어는 침대, 방석, 매트 등 각종 건강보조 상품광고에 상투적으로 등장하지만 가열하면 일반 물질에 비해 원적외선을 많이 발생시킨다는 사실외에 크게 알려진 바는 없다.
기껏해야 옥,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를 세라믹이라고 부르는 정도이고 '바이오 세라믹'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일단 제품이 잘 팔린다는 극히 일반론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김 박사의 연구는 생경한 분야였다.
이후 지금까지 그는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를 일궈냈다. 대표적 사례가 세라믹에 압력을 가하면 진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압전(壓電)세라믹을 응용하는 기술. 김 박사는 지난 연말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재정지원을 받아 세라믹을 이용해 자동차 유리에 맺힌 빗물 등 물방울을 한번에 제거할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 조만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자동차 유리나 거울 뒷면에 진동특성을 가진 압전세라믹 소자를 붙인뒤 물방울이 맺히면 유리를 진동하게 해 물방울을 털어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 유리 표면에 세라믹을 얇게 코팅해 아예 물방울이 맺히지 않도록 하는 방식도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이 기술은 세라믹 및 자동차 공학에서 세계 최고 선두에 선 미국 독일 일본 등 극소수 선진국만이 보유한 최첨단 기법.
김 박사의 연구성과로 자동차 유리에 맺히는 물방울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온 운전자들의 공통된 고민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
김 박사는 이에앞서 세라믹 연구 초기인 지난 92년 같은 원리를 적용해 산업체 생산기기의 노후화 정도를 가늠하는 설비진단 장치를 개발, 과기부로부터 '장영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알루미나(Alumina), 젤코니아(Zircona) 등 세라믹을 구성하는 주성분을 추출해 화학반응을 통해 물에 녹는 원료로 만든뒤 이를 다시 가공해 고온용 단열섬유(Fiber)를 만들어 제철소나 발전소 등 고열작업장의 단열재 소재로 만드는 기술도 그의 연구실에서 태생한 신기술이다.
현재 김 박사가 매진하고 있는 분야는 정보통신 산업의 발달로 수요폭증 상태에 있는 광통신용 광섬유의 완전 국산화. 직경 250㎛(0.25㎜)인 광섬유는 속(Core)과 겉(OJT-Over Jacking Tube)으로 구분되는, 굴절률이 서로 다른 두개의 원통형 유리 막대로 만들어져 있다.
이중 속(Core) 부분 제조법은 우리나라도 수년전 국산화 했다. 문제는 겉부분을 만드는 것. 유리를 고온에서 녹인뒤 다시 이를 성형(成形)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뒤 다시 가늘게 뽑아내는 복잡한 제조공정은 세라믹 연구역사가 짧은 우리로서는 꿈의 기술로 남아 있었다.
또 일부 선진국들은 신기술 연구에 돌입,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단계여서 구식기술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내 학계와 업계는 영원한 기술종속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처지.
여기서 김 박사는 완전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일반적인 제조공정에서의 가열온도는 1천600∼1천700℃의 고온이지만 김박사는 상온(常溫)에서 열처리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불과 몇달 전의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상품화 과정. 관련 업계는 재빠르게 양산설비 제작에 들어갔다. 연간 1천억원에 가까운 수입물량은 올 연말부터는 전량 국산으로 대체가 가능해졌고 종전 수입물량 만큼의 수출도 기대할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김 박사는 가로등이나 자동차 헤드라이트, 반도체 세척에 사용하는 고순도 실리카(Silica) 유리를 제조하는 기술을 부수적으로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실리카 유리 제조기술 개발자' 칭호를 얻었다.
김 박사는 "활용도는 높지만 연구인력이나 전문기술 보유자는 적어 한가지라도 뚜렷한 결과만 얻어내면 곧 '산업적 가치(금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세라믹은 연구할수록 매력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朴靖出기자 jcpark@imaeil.com
-약력-
△서울 휘문고 졸
△연세대 요업공학과 졸
△미국 알프레드대학 석·박사
△미국 Penn STATE 대학부설 재료연구소 연구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재료공정센터 수석연구원 포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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