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존 말코비치되기'(Being John Malkovich·1999년 작)는 신인감독답지 않게 놀라운 노련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거리에서 인형극을 공연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크레이그(존 쿠색)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 혼자 돈벌고 애완동물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하는 아내 라티(카메론 디아즈)에게 미안해 서류정리하는 사람을 찾는 레스터라는 회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회사는 특이하다. 맨해튼 7.5층에 자리잡은 이 회사는 7층과 8층 사이에서 엘리베이터를 멈춘 후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천장은 보통 건물의 절반이고, 사람의 말을 엉뚱하게만 알아듣는 비서 등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 투성. 어느날 서류 정리하다 캐비닛 뒤편의 이상한 통로를 발견한다. 바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존 말코비치의 뇌로 연결되는 구멍. 말코비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상상조차 못할 경험을 한 그는 동료들에게 비밀을 알려주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인형극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는 크레이그와 겉모습은 자신이되 알맹이는 타인에게 빼앗기는 말코비치를 통해 우리 모두 실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세련된 연출에 기발한 아이디어, 연기자들의 실팍한 연기까지 합해져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99년 최고의 영화로 꼽았다. 105분. 18세 관람가. (13일 대구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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