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문화가 '춤추는 무대'풍성

춤추는 무대가 물꼬를 텄다.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탓일까. 긴긴 겨울에다 늦은 봄까지. 숨고르는 시간이 꽤나 길었다.

오랜만의 공연이기에 상차림이 풍성하다. 대구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영·호남 춤 페스티벌, 신인들의 무용전, 중견들의 야외무대에다 학술심포지엄까지.

지난 해 연말 이후 거의 반년만에 무대를 꾸미는 대구시립무용단은 오는 19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자리를 편다. '정기공연'이란 제목은 '마지못해' '때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

하지만 대구시립무용단은 이번 무대에 꽤나 변화를 준 것 같다. 적어도 '정기행사'를 위한 공연은 아니라는 점을 과시한다.

안무자도 '젊은 피'를 수혈했다. 안애순(안애순 현대무용단 단장)씨가 안무를 맡았다. 안씨는 이화여대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이학박사학위까지 받은 무용가.

이번 무대의 작품은 '명(明)'. 여러 종류의 빛을 통해 인간의 자아를 하나씩 드러낸다. 자신을 상실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자기 마음속의 실체를 찾으려는 치열한 전투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게 한다.

의상이 독특하다. 빛을 쏘면 안보이던 옷이 드러나고 옷색깔이 변한다. 자기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을 무대의상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연출자 안씨는 단순미를 통해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져주겠다고 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영상 등의 보조수단을 쓰지 않고 출연자의 연기와 의상, 조명따위의 기본적인 도구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 그녀는 "가장 심플(Simple)한 것이 오히려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오는 21일부터 이틀동안은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는 '영호남 춤페스티벌'이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매일 오후 7시30분 시작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최은희무용단, 목포시립무용단, 임지형광주현대무용단(이상 21일), 박혜정무용단, 백년욱무용단, 계명발레단 등 영·호남에서 모두 6개의 무용단이 참여한다.

'신인무용가전'은 17일부터 18일까지 매일 오후 7시30분, 대구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박재희, 박준우, 양영은, 유인순, 이언화, 전효진, 강미이씨 등의 작품이 선뵐 예정.

이밖에 19일부터 이틀동안(19일 오후 7시30분, 20일 오후 2시)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이정일, 박연진, 임혜자, 백현순, 장유경씨 등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무용가들이 야외무대를 통해 춤사위를 뽐낸다.

한편 20일 오전 10시30분에는 대구문예회관 국제회의장에서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효가대 김정숙교수, 부산 경성대 한혜리 교수가 '미래예술의 조망'에 대해 정순영 대구시민문화연구소 소장, 부산 동아대 김태원교수가 '대구 춤문화 발전 방향 모색'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