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제자동차 수입 67배 폭증

'1월 밍크코트 500만원, 3월 의류 20만원, 4월 의류 15만원'한 백화점의 40대 여성고객의 신용카드 구매내역이다. 현금구매, 신용카드 이용까지 따진다면 이보다 훨씬 넘을 것이다. 웬만한 월급쟁이의 한달 수입이 카드결제에 쓰일 만큼 '하마 소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치성 소비재수입 급증에 따른 '고가병', '수입병'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0대의 한 여성은 한 유통업체에서 올해초부터 거의 매달 230만원짜리 수입오디오, 180만원짜리 컴퓨터, 200만원대 대형냉장고를 3개월 할부로 구입했다. 한달에 많으면 200만원 가까이 할부금을 납부하게 되는 셈이다.

신용판매 담당자는 "극소수이지만 매월 일시.할부 구매액이 100만원을 넘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올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치성 소비재 수입증가를 보면 경제난불감증은 더욱 심각해진다. 올 4월 한달동안 지역의 한 수입업체가 대구세관을 통해 수입한 카스테레오는 총 36건에 14억8천여만원. 지난 동기의 1억여원보다 48%가 늘었다.

골프용품 수입은 지난달에만 20건 5억8천800만원어치를 들여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건 3억3천여만원보다 건수는 무려 82%, 금액은 53%가 늘어났다. 부산경남본부세관의 소비재통관량을 보면 올들어 4월까지 외제자동차 수입에 쓴 돈은 188만9천달러로 지난해보다 67배가 폭증했다. 장식용 대리석은 672만달러로 4배, 컬러TV.세탁기.냉장고 등 11개 소비재품목은 2천410만달러로 2배이상 증가했다. 이밖에 위스키, 화장품, 카페트, 주방용품 등의 수입도 적게는 1.3배, 많게는 2.8배나 늘어났다.

세관 관계자는 "올들어 수입홍수로 부산경남본부세관에서만 수출은 156억6천300만달러인데 비해 수입은 180억1천700만달러로 4월까지 23억5천4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300만원짜리 일제 TV 판매신장률 100%. 수입냉장고 78%신장. 한 백화점에선 의류, 골프웨어 등 고가 수입품의 매출신장률이 거의 50%를 넘고 있다.

이같은 급작스런 고가병, 수입병의 확산 원인을 일부에선 '주식.벤처 열풍'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과소비병이 다시 망국병으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두려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소수의 지나친 과소비행태가 다수의 소비풍토를 나쁜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라고 했다. 李炯雨기자 yud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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