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대폰 '음란 공포'

최근 청소년에까지 성행하고 있는 휴대폰의 장난.음란전화가 범람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노이로제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아무 전화번호나 두드려 장난을 치고, 부녀자들에게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문자서비스에 육두문자를 띄우는 휴대폰 장난전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 가정집 장난전화보다 사생활 침해가 더 심각한 수준이다경찰이 최근 검거한 석모(20.무직.경산시 정평동)씨는 지난 1월 15일 부터 4개월동안 부녀자 3명에게 60차례 가까이 휴대폰 음란전화를 하며 괴롭혀온 것으로 밝혀졌다.

석씨는 처음 새벽 1시쯤 대구에 사는 가정주부 이모(38)씨에게 휴대폰을 걸어 노골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욕설을 늘어놓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주부 2명에게도 똑같은 짓을 했다는 것이다.

석씨는 무작위로 핸드폰 번호를 눌러 전화가 연결이 되면 번호를 입력해놓고 밤낮없이 장난전화를 걸어, 피해자 중 이모씨는 휴대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경찰에 대책을 호소했다.

주부 최모(34.수성구 범어동)씨 역시 최근 새벽에 느닷없이 휴대폰으로 걸려온 남자의 전화를 받고 '이상한 신음소리와 거북한 음담패설'에 깜짝 놀라 휴대폰을 끊었으나 계속 전화가 걸려와 요즘은 아예 휴대폰 전원을 꺼두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43.서구 내당동)는 "한밤중에 자주 걸려오는 장난전화 때문에 휴대폰을 꺼놓고 있지만 그 사이 혹시 업무상 중요한 전화를 놓칠까봐 또 다른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여고생은 휴대폰 문자서비스에 '너는 ××다'라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발견한 뒤 충격을 받아 휴대폰을 해약하는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회사원 박모(37)씨는 "운전중에 휴대폰을 받고 급히 차를 세워 응답을 해보면 장난전화인 수가 가끔 있어 화가 치밀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휴대폰 장난전화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부녀자들은 남편에게 공연한 의심을 살까봐 신고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많은 피해자들은 또 번거러움 때문에 일일이 신고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경찰은 "휴대폰을 건 사람의 휴대폰번호를 확인 할 수 있는 발신지서비스를 해 두면 성폭력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한편 휴대폰 성폭력의 경우 1년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이하 벌금의 처벌 규정이 있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