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과 인간관계 여성작가들의 질문

여성 소설가들의 삶에 대한 시각과 독특한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짧은 소설들이 나란히 나왔다.

조경란씨의 소설집 '나의 자줏빛 소파'(문학과 지성사)와 함정임씨의 소설집 '당신의 물고기'(민음사), 젊은 여성작가 6인의 테마 소설집 '독신'(문학동네).

첫 창작집 '불란서 안경원'에 이어 두 번째 소설집인 조씨의 '나의 자줏빛 소파'에는 삶의 근원적 문제에 시선을 고정한 중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수록작품은 '망원경' '유리동물원' '아주 뜨거운 차 한 잔' 등 9편.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고립된 채 소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이 어둠 속에 머물러 있지 않고, 존재의 뿌리를 찾아 새로운 빛을 탐색하며 타자와의 교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남겨 둔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작가는 사물들과 삶의 주변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우수를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98년 장편소설 '동행'과 '행복'을 통해 요절한 남편 김소진(소설가)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담아낸 함정임씨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고통을 극복하는 모습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남편을 잃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멀리 이국으로 떠나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미망인, 임신한 아내에게 파산의 면구스러움을 벌충하기 위해 자살소동을 벌이는 중년남성 등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이들이 슬픔과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기꺼이 삶의 무게를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고통의 절정에서 해방감을 맛보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한편 90년대에 등단한 여성작가들의 소설모음집 '독신'은 결혼이라는 제도와 사랑, 독신의 권태로운 일상 등을 생생하게 그려나간다. 김현영 류소영 박자경 윤애순 이신조 전혜성 등 20~40대 여성작가들이 독신의 매혹과 불안이라는 내밀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작가들은 독신생활의 감춰진 이면을 드러내기보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알게 모르게 속박되어 있는 남녀간의 관계, 그 안팎의 사랑과 성, 욕망, 삶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