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꿈을 키우는 곳이다. 졸업하고 나면 과거의 꿈을 떠올리며 현재의 삶을 비춰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농촌에서는 더욱 그렇다. 연고지의 변화가 크지 않아 자라면서 자신이 다닌 학교를 말년까지 지켜보는 즐거움을 던져준다.
오늘 농촌의 학교는 어떤가. 그 의미 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로도 죽어가고 있다. 계속되는 인구 감소로 폐교가 해마다 늘어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 하지만 교육당국은 극소수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이외에는 매각이나 임대 등 경제적 효과만 기대하고 있다. 농촌 학교가 본연의 것으로 갖고 있던 꿈의 근원으로서, 교육적인 활용을 고려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농촌지역 폐교는 이제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폐교 관리비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임대된 경우에도 관리소홀로 방치되는 실정이다예천군의 경우 자녀교육과 농산물 값 폭락 등으로 연간 2천~3천명이 도시로 떠나 10년전만 해도 1개면에 2, 3개 초등학교가 있던 것이 최근에는 전체 초등학교 가운데 모두 22개교가 폐교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폐교 관리비는 월 1만여원에 불과해 툭하면 깨지는 유리창이나 문짝을 갈아넣기도 모자라는 형편이다. 예천군 지보면 어신리 김모(56)씨는 "폐교된 학교 운동장에 잡초가 우거지고 유리창과 창문이 파손되는 등 흉물이 되고 있는데도 관리는 전혀 안되고 있다"며 "아무리 관리비가 부족해도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너무 심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상주지역의 경우 23개 폐교 가운데 학생 야영장과 낙동면 신상분교는 교육청이 이용하고 있으나 나머지 21개교는 버섯 재배, 가구 제조, 묘목 생산 등으로 임대된 상태다. 그러나 상당수 임차인들이 관리를 소홀히 해 흉물이 되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이용되는 상황이다.
상주시 공성면 우하리 옥산초등 인성분교의 경우 부산지역 모 단체가 95년부터 임대해 백두대간 생태 교육센터로 이용해 오고있다. 하지만 활용 기간이 일정치 않은데다 평소에는 학교를 비워둔 채 전혀 관리를 않아 교실 유리창 곳곳이 파손됐고 화단과 운동장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특히 교내 옛 관사와 간이 창고 등에는 부탄가스 용기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농촌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교육당국이 너무 경제적 논리에 치우쳐 폐교 문제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폐교 활용에 대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權光男기자 kwonkn@imaeil.com
張永華기자 yhjang@ima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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