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엔 기온이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댄스음악의 인기지수가 1단계씩 뛰어오른다고 한다. 더위에 눌려 축 처져버린 어깨에 힘을 불어넣는 뭔가를 찾기 때문.
하지만 여름엔 비도 많다. 비오는 날에 어울리는 음악, 우수에 젖고 싶고 낭만을 불어넣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것, 물론 나긋나긋한 발라드다.
부드러운 식빵같은 음악을 만들어내온 가수 윤상. 그가 뜨거운 여름을 앞두고 오랜 침묵을 깼다. 속삭이듯 노래하는 차분한 음성과 함께.
이번 음반 '클리세(CLICHE)'는 거의 4년만에 새로 내놓은 작품. 지난 96년 프랑스어 번안앨범이 그의 마지막 앨범이었다.
91년 '이별의 그늘'로 데뷔한 뒤 92년 2집 파트1 '가려진 시간사이로', 93년 2집 파트2 '이별 없는 세상'. 잇따른 음반을 통해 '리나시멘토' '노댄스' '인센서블' 등 실험적인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사실, 정식 작품만 따지자면 이번 앨범은 거의 8년만에 발표된 것이다.
오랜 세월을 묵혀온 그의 음악적 기교가 더욱 원숙해진 이유인가. 이번 음악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
제3세계 음악의 소개자로 알려진 그의 명성(?)처럼 이번 작품에는 남미(南美)의 악기소리가 들린다. 탱고의 주요 악기인 반도네온과 삼포냐 등의 남미 악기를 현지의 연주자들이 직접 소리를 만들어 녹음했다. 국내 음반 제작사상 최초의 시도.오케스트라 반주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남미로 날아갔다가 다시 오스트레일리아로. 가히 국제적인 음반이다.
색다른 시도들이 만들어낸 선율에다 리듬도 충분히 알찬 '들을 거리'가 되지만 깊이있는 음성을 특색으로 한 윤상의 보컬도 보다 성숙해진 느낌을 던진다. 시를 읊듯 잔잔히 멜로디를 이어가는 방식이 다른 발라드 가수들과의 차이점.
이번 음반은 '결국…흔해빠진 사랑 얘기' 등 신곡 10곡과 '배반' '언제나 그랬듯이' 등 베스트 곡 10곡을 담았다.
한편 윤상은 데뷔 10년만에 단독콘서트를 가질 계획이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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