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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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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리가 가는 방향은 옳은 길인가? 정보화의 물결속에 산업구조는 빠르게 재편되고 기업과 노동자들은 새롭게 변모하는 자본주의에 적응하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지만 없는 사람들이 부의 상승을 이루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개인은 굳어져버린 체제의 틀 속에서 한계를 절실히 느끼며 그저 살아갈 따름이다.

'유토피아의 종말'(러셀 자코비 지음, 강주헌 옮김, 모색 펴냄, 260쪽, 7천900원)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고민해야 할 지식인들의 직무유기(?)를 통렬히 꼬집으며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누구나 평등하고 빈곤과 범죄에 시달리지 않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토피아는 지난 세기에 몇 차례 시도됐으나 지금은 그러한 꿈 자체가 사라지고 없다. 19세기에 움트기 시작한 유토피아는 볼셰비키 혁명으로 자본주의 대안인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생성됨으로써 희망의 불을 지피게 되나 현실 적용 과정에서 무자비한 독재와 빈곤을 낳아 철퇴를 맞는다. 지식인들은 일제히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외치며 자본주의의 손을 들어주나 60년대 반전, 인종차별 철폐 등 시민운동으로 유토피아 정신은 다시 한 번 발흥한다. 그러나 그 뿐,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공산권의 몰락으로 자본주의가 승리하자 우파와 좌파 지식인들 모두, 시장경제에 복지를 가미한 체제 운용이 최고의 선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를 빗대 '역사의 종말'이라고까지 단언했을 정도다.

저자는 현실에서 구현하기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유토피아가 실현될 수도 있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시도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며 이를 안타까와하고 있다. 유토피아의 종말로 인해 생겨난 다문화, 다원주의의 찬양, 몰가치한 대중문화의 무분별한 수용 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20세기 전반에 걸친 지식인, 사상가들의 이론과 사상을 아우르며 유토피아의 부활을 꿈꾸는 내용을 읽다 보면 샘물을 마시는 듯한 지적 체험과 함께 저자의 논거에 대해 긍정하고 반박하는, 깊이있는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강점은 안일에 빠지고 지쳐있는 정신을 자극, 도전적인 지적 흥분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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