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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어느 연구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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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 죽음이 있었다. 30년을 교직에 몸담아온 한 연구사의 자살. 장학자료를 제작하면서 기존 책자를 표절한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한 책임감과 부끄러움이 주된 이유였다.

그의 죽음을 처음 접했을 때, 놀라움 속에서도 도덕성을 목숨처럼 여기는 교육계이므로 있을 법도 한 일이라 여겼다. 한 평생을 교육계에서 강직하게 보낸 고인의 부친이 잘못을 고백하는 그에게 "국가와 민족 앞에 죽음으로 죄를 대신하라"고 피눈물로 호통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비장함마저 느꼈다.

열흘이 넘은 지금 새삼스럽게 그의 죽음을 거론하는 것은 이후 드러나는 교육계의 참담한 모습 때문이다. 표절사실을 공개한 전교조를 '살인자'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전교조는 동부교육청의 추가 표절사실을 폭로하고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교육계의 구조적 모순을 비난하는 정면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양자간 싸움의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대구시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 날마다 수많은 글들이 쏟아지면서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과연 교사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기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표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문제는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홈페이지에 날마다 수백 수천의 학생, 학부모들이 다녀간다는 사실이다. 교사들 스스로 교육계의 치부를 서슴없이 드러내면서 공격하고 싸우는 모습이 과연 학생, 학부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죽음이 비록 의로운 것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교육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 이를 단순히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낼지 교육계의 관행을 깨는 계기로 삼을지는 교육계의 몫이다. 지금의 이전투구보다는 스스로를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참스승의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것이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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