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15에 억세게 행복한 100명이 탄생한다. 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쁠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이번 광복절은 가슴 설레며 기다려진다. 각종 파업과 노조의 극한 대결로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하고 위태로운 이 무더위 속에서 800대1의 경쟁을 이겨낸 흥분으로 인해 오히려 숨이 막힐 지도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기뻐하며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인간사가 다 그러하듯 안만난 것보다 못한 뒷 이야기는 안타깝게 탈락하는 이를 위해 비축해 두면서.
◈억세게 운좋은 사람들
그날은 이쪽에서 평양으로 갈뿐 아니라 북측에서도 100명의 이산가족이 서울에 오므로 가만히 앉아서 행운을 맞게되는 또 다른 100명과 함께 한꺼번에 남북한 400명의 이산가족이 실제로 상봉을 하는 민족적인 경사가 이루어진다. 50년 헤어진 직계가족이 생사가 확인되어 만나게 된다는 꿈 같은 날이 다가온다.
지금 대한적십자에서는 너무도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려는 순간에 찾아오는 초조와 흥분으로 인해 연로하고 쇠약하신 노인들의 건강과 마지막 경쟁에서의 실망을 염려하여 평양에 가게될 4배수에 합격한 400명의 명단이 공개되지 못하는 점과 컴퓨터 추첨이라는 기계의 공정성이 안타까운 처지를 외면하는 한계성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이산 가족문제는 이제 출발이고 곧 좋은 일들이 많을 것이라니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가중치를 넣어서 추첨하므로 모두가 외면할 수 없는 고령이고 직계가족이라고 보여진다.
◈이산가족문제 이제 출발
7.4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에 이어 6.15 공동선언이 이루어지는 역사의 고비마다 조용히 숨죽이고 흐느끼면서 설마 오늘이 있으랴 내 평생에 무슨 좋은 일이 있으랴 오히려 체념이 약이 되었을 실향민과 이산가족 여러분 앞에 지역감정이네 가정폭력이네 하면서 멀쩡한 몸에 상처내고 살아온 정신없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어야 하지않을까.
이제 곧 이산가족 면회소가 설치되고 방북예정자 100명은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고 하니 숫자에 얽매이기보다 정말 시급한 치유책은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서신교류를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경제정책 실패와 자연재해로 인해 수백만의 인구가 통계에서 사라지는 기가 막히는 이야기를 듣고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알게 모르게 조건없는 대북원조를 시작하여 그들의 가난과 고통을 덜어주려고 하였다. 그런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 가족문제에 대해 "헤어진 지 50년이 됐는데 뭘 또 만나"하는 식의 반응이었다니 알고 그러는 것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인해가 안된다.
◈김위원장 양보할 때
우리의 이산가족은 준비없이 헤어졌고 잠깐 떠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로간에 풀어야 할 감정의 숙제와 이해하고 이해받아야 할 문제들이 있어서 그냥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꼭 만나서 해결하고픈 사안들을 안고 있다. 살아서 아니면 죽어 영혼들이 만나서도 해결해야 할 만큼 절실한 사연이다. 그러므로 서신교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 이분들의 한을 푸는 데 동참했으면 좋겠다.
실향민뿐 아니라 자의나 강제로 월북한 모든 우리의 형제자매와 그 가족들에게도 곧 좋은 소식이 오는 8.15를 기다린다. 김정일의 통 큰 정치가 큰 양보를 한다면 그에 대한 나쁜 기억들도 용서가 될 준비가 우리는 되어있다고 본다.
대구가톨릭대 교수.남북이산가족 교류대상자 인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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