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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임팔암(동인건축사무소 소장)

건축은 사람과 닮아서 건강한 사람과 같은 건물이 있는가 하면 허약하고 병든 건물이 있다. 골조가 약해 삐걱거리거나 경간이 길어서 울렁이는 건물은 골다공증 걸린 사람처럼 불안하고 보기가 민망하다. 보기 흉한 건물은 못난 어중이떠중이 같고, 난방이 안되는 건물은 동맥경화증에 걸린 환자와 다름없다. 내부 마감이 부드럽지 못한 건물은 피부가 갈라터진 사람처럼 눈에 거슬린다.

비가 새고 습기 차는 건물, 창이 제 자리에 나 있지 않거나 창문이 없는 건물, 환기가 잘 안되는 건물, 단열이 안되는 건물, 처마나 보가 처진다고 받침목을 한 집 등 이런저런 건물의 모습은 영락없이 병을 앓는 사람의 모습이다.

구조가 안전하고 웬만한 충격에도 진동조차 없이 튼튼한 건물은 잘 생기고 목 굵은 건장한 사나이같이 듬직하다. 좋은 건물은 일조량이 많아 흐린 날에도 실내가 밝고, 일사량이 많아 따뜻하다. 또 겨울이면 복사열이 집안 가득하고, 부엌과 욕실에는 항상 연수가 나오며 바닥이 덩그렇게 높아서 습기가 차지 않는다.

내장(內裝)과 손이 닫는 곳은 참나무로 마감하고, 녹슬지 않는 알루미늄으로 창을 내고, 큰 유리창으로 바깥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며 뒷산이 둘러서서 겨울에 북서풍을 막아주고, 동남쪽이 트여 여름에 시원하며 황토흙으로 벽을 바르고 한지로 마감하니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건강한 집을 그려본다. 뜰의 잔디를 맨발로 밟으며 토마토 가지 쑥갓 배추 율무를 가꾸어 날된장에 쌈을 싸먹으면 그야말로 건강식이다. 계절따라 피는 꽃은 벌 나비를 부르고, 거미줄에 걸린 날파리, 빨래줄에 참새, 처마밑에 제비똥, 뜨락에 개미구멍, 밤엔 귀뚜라미 소리, 낮엔 똥파리가 서로서로 어울리고 모기 개미에 물려가며 건강한 집에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고다. 해와 달, 불, 물, 나무, 쇠, 바람, 흙과 생물이 어울리니 이것이 진정한 자연과의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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