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동 평화회담 결렬

기대를 모았던 중동 평화협상이 결국 보름만에 결렬돼 중동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중동 평화협상을 주재했던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으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갖고 핵심 현안들에 대한 '상당한 진전'에도 불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 중 마지막 '공적'으로 내세우려했던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

이번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은 예상대로 동예루살렘 지위문제였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동예루살렘에 대한 일종의 자치를 허용하겠다는 타협안을 팔레스타인측에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고도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부인하고 이슬람교 3대 성지의 하나인 알 아크사 사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격노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25일 저녁 캠프 데이비드에서 철수할 예정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은 이번 협상 결렬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상호 비방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측은 "이스라엘이 회담 타결을 위해 많은 양보를 했는데도 팔레스타인측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며 비난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측은 "만족할 수 없는 타협은 정치적 혼란과 갈등, 폭력만을 일으킬 뿐"이라며 "이스라엘은 진정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은 양측간 충돌이 다시 심화될 것을 우려,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9월 13일 이전까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이 9월 13일 일방적으로 독립국가를 선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아랍권간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 마저 점쳐지고 있다.

더군다나 협상의 당사자인 바라크 총리가 당장 실각 위기에 처해있고, 아라파트 수반 역시 독립국가 선포 약속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어서 중동은 또다시 분쟁의 악순환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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