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패션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국비, 시비 등을 포함해 6천억원이 들어가는 밀라노프로젝트라는 국가적 사업이 진행되는데다 의류 유통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패션몰이 6천여개의 점포를 갖고 대구에 들어서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는 원단 생산 및 수출에 그치고 있는 지역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패션·어패럴 육성 사업이다. 여기에서 패션몰은 원단, 기획, 디자인, 봉제, 부자재, 유통 과정을 통틀어 최종 소비자에게 연결시키는 '마지막 작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밀라노프로젝트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직접 연결시키는 패션몰이 대형 국책사업과 연결 고리를 갖고 얼마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밀라노프로젝트가 지역 섬유산업의 방향을 바꿀 만한 큰 일이지만 대구를 패션도시로 바꿀 만한 것으로 확대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생산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있지만 소비를 위한 마케팅 전략은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섬유종합전시관 건립, 패션디자인개발센터 걸립, 패션어패럴 밸리 계획, 섬유기능대 확대 개편 등은 언뜻 보면 패션도시로 달려가는 '자동차의 핵심 엔진'처럼 보이지만 '잘 닦인 도로'가 없는 상태에선 제능력을 시험조차 해볼 수 없는 것이다.섬유전시관이 해외 바이어를 위한 공간이고 패션디자인개발센터가 패션쇼에 치중하면 지역 패션 산업의 이론적 무장은 가능할지 몰라도 현장에서 이뤄지는 실무에는 까막눈일 수밖에 없다.
밀라노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기술력 확보라기보다 탄탄한 소비처를 우선 확보하면서 원단, 디자인, 봉제 등의 기술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소비처와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장 확실한 소비처는 대구에 들어서고 있는 패션몰일 것이다.
대구의 한 패션몰 사업자는 "대구 패션 산업이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원단을 비롯한 특정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방식으로 밀라노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오히려 패션산업 자체가 기형화할 우려가 높다"며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원단시장, 인력시장, 판매시장 등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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