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64)씨가 헤어진지 40년 만인 지난 92년 모친 곽앵순씨의 생존 소식을 듣고 사뭇치는 그리움을 시로 표현한 연시 '아, 나의 어머니'가 공개됐다.
도서출판 '살림터'는 지난 92년 재미교포들이 발간한 문집 '통일예술'誌에 기고된 오씨의 연시를 지난 93년 펴낸 '쇠찌르레기'란 제목의 북한 우수단편선집에 부록으로 담았다.
"아, 나의 어머니 " 연시
-40년만에 남녘에 계시는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생존해 계시니
생존해 계시다니
필순이 다된 그 나이까지
오늘도 어머님이 생존해 계시다니
그것은
캄캄한 밤중에
문득 솟아오른 해님입니다
한꺼번에 가슴에 차고 넘치며
쏟아지는 기쁨의 소나기입니다
그 기쁨 천 근으로 몸에 실려
그만 쓰러져 웁니다.
목놓아 이 아들은 울고 웁니다
땅에 엎드려 넋을 잃고
자꾸만 큰절을 합니다.
어머님을 이날까지
지켜 준 것은
하느님의 자비도 아닙니다
세월의 인정도 아닙니다.
그것은 이 아들을 다시 안아 보기 전에는
차마 눈을 감으실 수 없어
이날까지 세상에 굿굿이 머리 들고 계시는
어머님의 믿음입니다.
그 믿음앞에
내 큰절을 올립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어머니여, 고맙습니다.
한해 한해 더해간
어머님 나이
이 내 가슴속에
아픈 칼 끝으로
새기며 흘러간 일흔아홉 그 나이
사흘이 멀다하게
꿈에 보는 어머니
이제껏 살아 계시리라
차마 믿을 수 없어
그런 날이면 온종일 울적한 심사
이 아들에게 기울이는
그 사랑의 힘으로 어머님은 이날까지 생존해 계시는데
어머님을 믿는
자식의 마음은 모자라
물리칠 길 없는 의혹과 불안속에 이내 생각 헤매고만 있었으니
어머님 용서하십시오
한밤중에 일어나
불을 켜고
다시 보는 어머니 얼굴
먼 미주를 에돌아
나에게 온 사진
어머니 없는
자식이 없건만
너무도 오랜 세월이 헝클어 버린 생각
나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던가
남들처럼 네게도
정말 어머니가 있었던가
열여섯에 집을 떠나
쉰이 퍽 넘을 때까지
대답해 줄 어머니가 곁에 없어
단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태여나 젖을 물며
제일 먼저 배운 말이건만
너무도 일찌기 헤어져 버린 탓에
부르다만 그 이름
세상에 귀중한 어머니란 말을 잃고
그 말 앞에선 벙어리가 되여 버린 이 자식
40년만에
이 벙어리가 입을 엽니다
어머니의 사진을 앞에 놓고
엄마!
어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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