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별상봉에 이어 점심을 같이 먹은 남쪽 이산가족방문단 100명은 이날 오후 고려호텔을 떠나 관광에 나서 대동강을 따라 남쪽 만경대까지 운항하는 대동강 유람선을 타는 것으로 고향을 못가보는 아쉬움을 달랬다. 북쪽 안내원들은 유람선 관광이 남쪽에서 온 손님들에게는 처음 개방된 것임을 강조했다.
대동강 유람선은 평소 평양과 남포간을 하루 한차례씩 운항하던 것이었으나 남쪽 이산가족들을 위해 평양과 만경대 구간을 특별 운항했다.
평양이 고향인 강성덕(67)씨는 "겨울에 스케이트를 타고 학교 다닐 때 보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고향에 온 느낌을 말하기도 했다. 평양 바로 옆의 순안이 고향인임선근(74)씨도 "그때 모습 그대로 생각이 난다"면서 환경정리가 잘 된 것 같다고덧붙였다.
평양이 고향인 이산가족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지만 어린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지나던 대동강가의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이날유란선이 잊을 수 없는 또다른 추억의 유람선으로 기억될 듯 싶다.
#가족을 이산으로 갈라놓은 대동강 다리는 옛 모습 그대론데 속절없이 가버린 50년 세월은 어쩌란 말인가. 16일 오후 1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이산가족 방북단의 대동강 유람은 이산가족들로 하여금 평양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 의미있는 행사였다.100명의 이산가족들, 특히 5명의 평양출신자들은 어릴 적 추억이 배어있는 대동강가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탄성과 함께 회환에 젖는 모습이었다.
#방북단은 오후 3시5분 평양시 중구역 경림동 대동강가 선착장에 도착, 유람선 '평양 1호'에 승선했다. 선착장은 평양시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동강 북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었다. 뒤쪽으로는 대동문(평양성 동문)과 연광정(관서 8경중 하나) 등 유적지들이 보였다.
선착장 강 건너 맞은 편에 있는 '주체탑'을 기준으로 좌우 강 중앙에는 1백50여m 높이까지 물줄기가 치솟는 인공분수가 쉴새없이 시원스런 물보라를 뿜어냈다.유람선은 길이 70m, 폭 11m, 높이 4m규모에 2층 구조였으며 디젤유를 연료로 사용했다. 배에 막 올라타자 정면에 '언제나 위대한 장군님을 모실 수 있게 준비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선실 내외에는 총 30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와 테이블이 비치돼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 '아리랑'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이흘러 나왔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름다운 북한 여성 안내원들이 과일과 옥수수, 룡성맥주,금강산샘물 등 음식물을 내왔다. 유람선 안내원은 "이 배는 김일성수령님이 하사하신 것"이라며 "주로 단체 손님을 태운다"고 말했다.
주로 경림동 선착장에서 만경대까지 10여km를 운행하며 특별한 경우에는 서해남포항까지도 왕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은 만경대코스 기준으로 성인 3원,15세이하 1원 50전, 유치원생은 무료라고 안내원은 말했다.
기관사 이상렬(60)씨는 "30년 배를 몰았지만 오늘같이 기쁜 날은 없었다"며 "빨리 통일을 앞당기자"고 말했다.
#유람선은 시속 6노트의 완만한 속도로 달렸기 때문에 바람이 심하지 않아 바깥에 앉아 구경하기에 좋았다. 마침 화창한 날씨덕에 대동강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대동강 언저리는 깨끗하게 정비돼 있어 탁 트인 인상을 줬다. 강기슭에는 아름드리 수양버들이 쭉 늘어서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줬으며, 뒤쪽으로는 고층 빌딩이 비교적 조화롭게 에워싸고 있었다.
평양이 고향인 강성덕(67)할머니는 "대동문과 수양버들은 어릴 적 모습 그대로"라며 회상에 잠겼다.
강물이 맑은지 여부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웠는데 안내원은 "어린아이 몸만한 잉어가 잡힌다"고 말했다. 실제 강가에는 낚시를 즐기는 몇몇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유람선은 대동강 서남방 하류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때문에 동북쪽에 있는 을밀대와 부벽루 등 유적지는 관람코스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출발 직후 가장 먼저 대동강 다리가 눈에 들어오자 이산가족들은 가늘게 한숨을쉬며 회한에 잠기는 모습들. 6.25전쟁 때 폭격으로 다리가 끊겨 수많은 이산가족을낳았던 대동강 다리는 북측의 보수로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30분정도 지나자 양의 뿔을 닮은 양각도가 나타났다. 양각도호텔, 양각도경기장등이 눈에 들어왔다. 양각도를 지나자 북한이 68년 나포한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나타났다. 안내원은 "구한말인 1866년 미국의 제너럴셔먼호를 격침한 장소에푸에블로호를 전시해 놓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잠시 후 45년 해방직후 김일성 주석과 김구 선생, 김규식 선생 등이 남북연석회의를 끝내고 수영을 즐겼다는 쑥섬이 눈에 들어왔다.
강 주변에는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적지않게 눈에 띄었는데 그중에는 테니스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보였다.
오후 4시 35분께 만경대가 눈에 들어오자 "유람을 끝낸다"는 지배인 김금옥(50)씨의 방송목소리가 들렸다.
#대동강 유람을 마친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원들은 다시
버스를 타고 약 40여분간을 달려 16일 오후 5시 50분쯤 평양시 강동군 대박산 기슭에 자리한 단군릉을 찾았다.
이산가족들은 도중에 차창 밖으로 김일성 주석의 생가가 있는 만경대가 언뜻 눈에 들어오자 "여기가 말로만 듣던 만경대구나"하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단군릉 참관은 이산가족 방문단원들에게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민족 단일성과 통일을 강조하기 위한 북측의 배려에서 마련된 듯한 인상을 줬다.
얼마전 남측 언론사 사장단들의 안내를 맡았던 단군릉 강사 원경옥(42)씨는 "어제 텔레비전 보도를 통해 이산가족들이 만나는 장면을 보고 가족들이 같이 눈물을흘렸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한 형제, 한 혈육임을 실감할 수 있다"며 "우리는 모두시조 단군의 한 뿌리 자손임을 잊지 말고 꼭 통일을 이룩하자"고 소감을 밝혔다.#단군릉 입구에 도착한 이산가족들은 거대한 규모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단
군릉 강사로부터 9층 높이의 능을 건립연도에 맞춰 1천994개의 화강석으로 만들었으며 능을 수호하는 호랑이 상의 무게가 50t이나 된다는 설명을 듣고는 다들 탄성을자아냈다. 박영일(77.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이런 데도 있을 수 있구나. 단군릉을 이렇게 크게 만들었다니"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소설가 이호철(李浩哲.68)씨도 "굉장히 공을 들인 것 같다. 1년만에 완공했다니대단하다"고 평했다. 장충식 방문단장은 "북에 오기 전에 사학자들과 만나 어떻게 하면 단군릉에 갈수 있을까 하는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먼저 오게 됐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조명이 낮은 미로를 지나 능 내부에 들어서자 한가운데 유해가 들어있는 큰상자가 나타났다.
이산가족들이 유해를 직접 보고 싶다고 요구하자 한 여성 안내원은 여러번 망설이다가 "원래 보존 문제 때문에 안보여주는 것인데 오늘 좋은 날이니 특별히 보여주겠습니다"고 하면서 상자 문을 열었다.
유리관에 보관된 단군과 단군 아내의 유해가 눈에 들어왔는데 이산가족들은 잠시 발길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관찰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