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난 고려호텔은 18일 아침이 되자 상봉의 장소에서 3박 4일만에 슬픈 이별의 장소가 됐다.
이날 아침 고려호텔 로비에서 긴 이별을 앞두고 다시 만난 남북의 이산가족들은흐느낌과 눈물로 짧은 작별의 시간을 뒤로 하고 각기 남과 북의 집으로 향했다. 18일 아침 고려호텔에서 10시부터 11시까지 마지막으로 1시간여 동안 가족들을만난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은 고려호텔을 출발, 12시 평양공항에 도착했다.
방문단은 대한항공 특별기를 타고 오후 1시에 이륙해 52분간 비행해 1시 52분께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반세기만의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지는 남쪽 이산가족들은 18일 오전 9시부터 고려호텔의 방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북쪽 가족들과의 마지막 해후를 기다렸다. 북쪽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0시 조금 넘어서였다.
이제 얼굴이 익은 가족들은 1∼2층 로비의 찻집과 라운지 어디든지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떠나올 땐 3박 4일이었으나 이제 남은 것은 이별의 시간, 그것도 1시간 뒤엔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라운지 찻집에 자리가 없으면 층계든 창턱이든 홀이든 앉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 걸터 앉거나 바닥에라도 주저앉아 그동안 미처 못한 얘기를 우선 챙겼다.
김두영(69.강원 원주시 명륜 2동)씨의 북쪽 동생들 길영, 명영, 창영씨 가운데막내 창영씨는 "잠깐 날이 가는구먼"하면서도 기자들이 물으면 장군님 얘기를 잊지않았다.
이날 북쪽 가족들이 헤어짐의 말로 준비한 것은 "장군님 모시고 통일의 광장에서 다시 만나자"였다.
#1층 커피숍에서 김찬하(77)씨의 두딸은 "통일될때까지 부디 건강하셔야 할
텐데"라며 13년째 중풍으로 고생하는 아버지의 팔다리를 떠날때까지 주무르는 등 반세기만에 부쩍 늙으신 아버지의 건강을 마지막으로 기원했다.
딸 미선(55)씨는 "아버지가 앓지 않으면 좋겠는데..."라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딸들에게 "남쪽에는 손자를 못봐 대가 끊길 우려가 있었는데 정현이 아들이 둘이니 양자로 한명을 삼아야겠다"며 상봉장에 나오지 않은 동생 정현씨에게이런 뜻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현화룡(73.경기 안산시 사동)씨 등 몇몇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만남을 영원
히 가슴속에 새겨두기라도 하려는 듯 준비해간 풀로라이드 즉석카메라로 이런저런장면을 찍은뒤 서로 나눠갖기도.
#누나와 조카를 만난 김상현(67.서울 송파구 마천2동)씨 가족은 서로의 생
일 등을 주고받으며 "몸은 비록 떨어져 있어도 미역국을 해먹으며 서로를 축하해주자"며 못다한 오누이의 정을 계속 이어가려는 애틋함을 표시.
경기 개풍군이 고향으로 경의선 철도 연결역인 봉동에서 가깝다는 상환식(74.경기 부천시 원미구)씨는 이번에 명단에 없던 동생 복식씨를 만나 밝은 얼굴이었다. 게다가 이번 상봉으로 만난 동생이 개성에 살고 있어 또다시 만날 수 있지 않겠냐며 이별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헤어지려 하자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차를 타면서는 그래도 다시 보고 싶은지 문쪽으로 다시 나와 차 반대편으로 오라며 손짓을 해 차창밖으로나마 마지막 1분이라도 얼굴을 더 보고 싶어하는 애틋한 마음을 보였다.
#평양공항으로 향하는 버스가 막 떠나려 하자 장정희(71)씨는 동생 정자(65), 영자(62)씨 등 북의 가족들을 얼싸안은 채 울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가방에서 진주목걸이를 꺼내 하나씩 걸어주며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북의 여동생 정자.영자씨는 "헤어질 때까지 울지 말자"며 위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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