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까이온 북한...북한 신드롬

8.15 남북이산가족 상봉 이후 통일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부쩍 늘고, 북한의 변화에 따른 문화적 충격, 혈육의 소중함과 효도바람, 북한식 말투 유행 등의 [상봉 신드롬]이 불고 있다. 많은 시민들은 이산가족 상봉의 지속적 시행과 함께 경의선 복구, 한라산 금강산 교차관광 등의 남북간 교류가 급류를 타는 것을 보고 "북한은 되돌아서기 어려운 길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과 함께 통일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한응수 이북5도 대구사무소 소장(72)은 "과거보다 북한이 많이 변한 것 같다"며 "북측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생사확인조차 꺼려하던 실향민들의 상봉 신청도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의 주역이 될 N세대들도 통일에 대한 달라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미라(19.고3)양은 "이산가족이 아닌 나도 상봉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며 "그동안 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북한이 남의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향민 2세대인 대구YMCA 김경민 시민사업국장(38)은 "이번 상봉을 '한의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문제에 대한 감각적 접근에만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이산가족 상봉은 하나의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한'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청소년들이 가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200인 200색의 휴먼드라마를 쏟아낸 이번 상봉으로 대북한관이 흔들리는 등 시민들이 받은 문화충격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평양 시내 모습이나 시민들의 표정이 그렇게 어둡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것. 북측 방문단이 가족과의 대화에도 '모든게 김정일 장군의 은혜'라는 식의 정치성 발언을 한 점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북한의 정치적 쇼에 이용당한 것이라는 상방된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통일에 대한 성급한 환상은 금물이며 보다 철저한 통일 준비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 김태일 소장(45)은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감정에만 치우치면 안되며 조만간 통일이 달성될 것으로 보는 것도 시기상조"라며 "남북간 교류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마스터플랜과 철저한 사전 준비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녕하십네까', '오마니' 등 북한 억양과 '늙지마시라' 등의 어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벌써 유행어가 되고 있다. 회사원 이현주(25.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직장 동료들 사이에 북한식 억양으로 인사하는 것이 인기"라며 "'휘파람' 등 북한가요를 흥얼거리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효도바람도 불고 있다. 전북 고창이 고향이라는 김명균(37)씨는 "이산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자주 전화를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이후 우리사회에 두드러지고 있는 급격한 화해.협력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북한이 진짜 변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3박4일 동안 국민의 세금으로 이벤트성 행사를 치러 국민부담만 늘었다는 비난도 있다. 또 일부에서는 월북자가 대다수였던 북측 상봉단에 대한 냉정한 평가없이 이번 행사가 너무 감상적으로만 진행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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