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8.15상봉-남측 이산가족 귀환 첫밤

3박4일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남측 이산가족들은 18일 집으로 돌아가 평양에서의 일들을 전하며 가족들과 얘기꽃을 피웠다.

하지만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기약없는 이별을 한 북쪽 가족들 생각에 이내 저며오는 가슴앓이로 일찌감치 자리에 눕는 이산가족들도 있었다.

방북자 중 최고령자로 평양에서 둘째 아들 강경희(58)씨를 만난 강기주(91. 서울 도봉구 도봉동)옹도 노령에도 불구, 평양방문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기를 고대하던 가족들 품속으로 돌아왔다.

강씨 집에는 슬하의 3남매와 손자.손녀는 물론 함께 방북신청을 했지만 탈락한 조카 3명이 몰려와 앞다퉈 북의 친척소식을 듣기위해 쉴새없이 질문을 던졌다.

지난 3월 노환으로 심하게 앓아 죽을고비를 넘겼던 강씨는 방북 사흘전까지만해도 한편으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소화도 제대로 못해 건강이 좋지 않았으나 오히려 평양에 있는 동안 평양냉면까지 한그릇 거뜬히 먹는 등 건강이 좋아졌다.

"아들 경희도 50년전 평북 영변의 우리가 살던집에 그대로 살고 있고, 일가 친척들도 모두 그 동네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는 말에 강씨의 조카들은 환하게 웃음지었다.

북의 아내 이옥녀(72)씨를 만나고 돌아온 김사용(73)씨를 맞이한 서울의 아내 최연희(72)씨는 "북한에 남아 그 사람이랑 사는 줄 걱정했다"고 농을 건네고는 이내 남편의 북쪽 가족들을 염려했다.

최씨는 선물로 가지고 간 반지를 북쪽 아내의 손가락에 직접 끼워주지 못했다는 남편의 말에 "반지를 직접 끼워줘야지. 그냥 줬느냐"며 오히려 남편의 무정함을 나무랐다.

김씨 부부와 따로 떨어져 사는 자녀 3남매도 며느리, 손자들과 함께 집으로 찾아와 아버지로부터 북쪽의 살아있는 '큰 어머니'와 이복형제들의 모습과 생활을 묻는 등 북의 핏줄들을 궁금해했다.

아들 덕순(56)씨를 만난 김정호(90..강서구 가양동)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평양의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모습이 담긴 사진을 꺼내 다시 한번 품속에 안아보고는 아들이 싸준 종이에 그대로 다시 싸 옷장 서랍 깊숙이 보관했다

김씨는 불과 몇시간전 헤어진 아들 생각이 난 듯 담배 두 개비를 잇따라 물고는 "아들을 데리고 올 수가 있나, 아니면 내가 거기서 살 수가 있나..."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18일 서울과 평양에서 가족들과 생이별을 한 이산가족들이 식욕부진, 불안, 우울증 등 상봉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 맏아들 민창근(67)씨를 북한으로 보내고 인천 집으로 돌아간 어머니 이영희(87)씨는 집에 들어서자 잠을 청했다.

3박4일동안의 만남과 이별이 꿈만 같았고 아들이 자꾸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이씨는 "꿈에서나마 아들의 모습을 보려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형 양원렬(70.김철주사범대 교수)씨를 상봉했던 문열(63)씨도 형과의 이별 뒤 마음을 잡지 못해 이날 집 밖에서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문열씨의 아내 정인혜(60)씨는 "기약없는 이별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너무나 답답하고 가슴아프다"며 "남편도 형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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