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BS 다큐 '개미' 제작중

산책나갔던 동네 야산에서도, 거리의 보도블록위에서도, 심지어 우리집 안방에서도 자주 마주치는 곤충이 있다. 바로 '개미'.

개미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벌레' 가운데 하나지만 사람들이 개미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의 두께는 의외로 얇다. 등잔밑이 더 어두운 탓일까.

EBS는 인간과 가장 거리가 가까운 곤충 '개미'의 생태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개미'를 지난 4월부터 제작하고 있다. EBS에 따르면 국내 다큐멘터리 소재로 개미를 선택한 것은 최초.

제작진이 촬영과정에서 발견한 개미의 가장 큰 특색은 철저한 역할분담. 여왕개미인 생식개미와 일개미, 병정개미 등 엄격한 신분계급이 존재한다. 인간사회에서나 존재할 것으로 여겨졌던 '노예제도'가 개미사회에서도 자리잡고 있는 것을 카메라는 보여준다.

개미들의 교미도 흥미롭다. 제작진은 개미들의 '혼인비행'을 잡아냈다. 교미시기가 되면 개미들은 서식지에서 몰려 나와 떼지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지상에서 20여m 떨어진 공중으로 올라가 그 곳에서 공주개미와 수캐미가 혼례식을 치른다. 예식시간은 30분 정도. 일단 시야에서 멀어져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흔히 발견되기 어려운 장면.

촬영지는 전국 방방곡곡이다. 제주왕개미도 나오고 이빨개미, 가시개미, 비늘개미, 홍가슴개미 등 다양한 종류의 개미들이 출연한다. 진딧물과 공생관계인 고동털개미도 등장한다. 고동털개미는 진딧물에게 집을 지어주고 새끼낳는 일도 도와준다.

교과서나 백과사전에서 그림으로나 봤던 개미집도 자세히 구경할 수 있다. 여왕과 공주, 수캐미방을 지나면 알과 애벌레, 고치가 있는 방이 있고 먹이창고, 심지어 시체방과 쓰레기방도 들여다보게 된다. 개미집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환기시설과 습도유지 비결 등 개미의 신비로운 건축기술도 밝힌다.

개미라는 곤충이 워낙 작은만큼 장비지원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카메라맨들은 이번 개미촬영과정에서 특수렌즈를 3개씩이나 자체 개발, 아주 가까이에서 놀랍도록 섬세한 개미의 생김새와 질서정연한 개미의 사회생활을 지켜볼 수 있었다.제작을 맡은 문동현PD는 "곤충 가운데 질서, 즉 사회성을 갖고 있고 언어가 잘 발달되어 있는 것이 개미"라며 "올 연말쯤 촬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崔敬喆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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