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학교를 들여다 보아도 걱정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생들에게 교실은 당연히 즐거운 배움터가 돼야 하는데 견디기 어려운 지옥과 같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일까. '왕따'현상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 전체가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말해 주는 '병든 사회의 그림자'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더구나 인간의 존엄성마저 부정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왕따'는 장난기가 빚어낸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널리 번져 있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 준다는 점에서 비인간적인 범죄이기도 하다. 교육의 위기를 알리는 징후일 뿐 아니라 입시 스트레스, TV의 저질 프로, 나와 다른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왜곡된 집단주의' 등 학교 외적인 요소들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왕따'에 시달리던 아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낸 아버지가 피해보상금 전액을 '자녀안심 국민재단'(이사장 김수환 추기경)에 기탁, '학교폭력예방 교사상'이 제정됐다고 한다. 서울의 한 치과의사가 중학생인 아들이 집단폭행 당해온 사실을 1년이 지나서야 알아 경찰에 고소한 뒤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하고 유학을 보냈다. 이 사연이 상의 제정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연의 이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다른 피해 학생 부모들은 앙갚음을 우려해 이 치과의사에게 거세게 항의, 피해 진술까지 거부했다. 그 때문에 가해 학생 부모들과 보상금 2천만원에 합의하고, 검찰도 가해 학생들에게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정말 문제다.
피해 학생들이 보복이 두려워 주변 사람들에게 말도 꺼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정도라면 학부모 누구에게도 자녀의 '왕따'는 '강 건너 불'일 수 없다. '자녀안심 국민재단'은 추가기금을 마련해 이 상을 상설할 계획이라지만, 이를 계기로 이젠 '왕따' 없는 교실이 돼야만 한다. 당국과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체의 동참이 절실한 때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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