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종묘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 "고궁보다 화려하지 않고 볼 것도 없는 그곳이 왜 세계문화유산으로 뽑힌 건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이조 시대', '이조 백자'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것에 대해 무엇을,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럴때면 몇 십 년을 허겁지겁 앞만 보고 달려온 길이 원점이었음을 깨달을 때처럼 암담함을 느끼게 된다.
흔히 우리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청자와 백자를 꼽는다. 초등학생에게 물어도 우리 도자기는 우수하고, 청자·백자 등이 대표적인 도자기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왜 자랑스러운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외국인들이 우리 도자기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할 때 우리는 우쭐해지고,세계적인 경매에서 고가로 낙찰되었을 때 엄청난 낙찰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도자기는 옛도자기만큼의 우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어제에 발판을 두고 오늘의 것을 만들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십중팔구 어제의 것보다는 분명 더 나은 것이 되어있을 것인데도 그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우리 문화의 단절 속에서 체계화된(?) 서구 미술이론으로 교육되어지고, 그 바탕 위에 뒤늦게 입혀진 우리의 현대 도자기문화, 그리고 청자, 백자 할아버지의 이름을 팔아 먹어온 세월 때문이 아닐는지. 또한 전문가의 평가에 의존하려하고, 해외에서 공인을 얻어야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때문은 아닐는지.우리의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성을 힘써 교육시켜왔다면 우리의 도자기도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변화하였을 것이고, 우리 안목도 보다 넓어졌을 것이다. 도자기뿐만 아니라 종묘에서도 그 문화적 가치를 찾을 수 있고, 더 이상 '조선백자'를 '이조백자'라고 부르지도 않게될 것이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하루아침에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가르치는 자의 책임을 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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