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의 훈풍이 불어오자 이탈리아 피사의 시민들은 탑을 세우기 시작했다. 바다 근처에 있어 모래가 많은 토질로 된 탑 건립예정지는 당시로서는 건축의 시행착오를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약한 지반때문에 기단을 땅속 깊이 세우지 않았고 처음 3층까지 탑을 세우자 바로 건설이 중단돼 100년간 일손을 놓아야 했다.
이후 4층부터 가라앉은 쪽을 더 높게 하면서 탑을 수직으로 세우려 했으나 55m 높이의 탑이 완성되자 더 기울기 시작해 4m로 기울기가 심해졌다.
기울어진 탑은 엉뚱하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피사를 관광 명소로 만들고 말았다.
수백년이 지난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는 199.5m 높이의 마인 타워가 세워졌다. 독일 여러 도시중 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프랑크푸르트는 놀랍게도 황토와 점토로 이뤄진 약한 지반을 갖고 있었다. 단단한 바위는 지하 60m 아래에서나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마인 타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철과 콘크리트로 된 112개의 말뚝을 박아 건물 무게 2만t을 견뎌내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말뚝의 깊이는 바위 지반에 닿지 않는 50m이며 이로 인해 1~2년이 지나면 6~7㎝ 침하된다. 이 역시 사전 계산에 따른 것이다.
'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나'(수잔나 파르취 지음, 홍진경 옮김, 현암사 펴냄, 256쪽, 1만5천원)는 움막집에서 밀레니엄 돔까지 서양 건축사를 다룬 책이다·
벽돌 쌓기의 다양한 방식에서부터 유리창의 발명, 고대 로마의 편리한 욕실 문화, 협소한 계단에서 발전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악취나는 하수구의 처리, 구불구불한 길과 주택 단지의 포장과 정비,유력 가문의 화려한 궁전, 피렌체·파리·베를린의 과거와 오늘의 모습 등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로빈슨 크루소의 움막짓기에서 시작되는 이 책은 딱딱한 건축사와는 달리 인류가 시대마다 어떻게 집을 짓고 도시가 어떻게 조성되고 변해왔는지를 일목요연한 이야기 식으로 들려준다. 인류가 다른 분야에서 성취한 것처럼 건축분야에서도 성취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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