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 금융 2단계 구조조정

40조원의 공적자금 추가조성으로 '실탄'을 비축한 정부가 기업.금융개혁을 연내 마무리하기 위해 강도높은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미진한 부실기업 퇴출이나 부실금융기관 정리 계획 등 구조조정의 일정을 월별로 제시, 정부 스스로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구조조정에서 필수적인 인력과 조직의 다운사이징 과정에서 예상되는 이해 당사자들이나 정치권의 반발, 필요 자금 조달, 시장상황 악화시 예상되는 정부의 자세변화 가능성 등 여전히 암초가 많다.

◇부실 대기업 살생부 다음달 작성=금감위는 60대 계열집단 소속 대기업과 중견대기업을 대상으로 다음달중 채권은행을 통해 부채비율 200% 달성여부,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실태, 유동성 및 사업전망 등 신용위험을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 200%를 달성한 60대 계열 기업중 평가결과가 부진하게 나온 개별기업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특별약정을 맺거나 여신거래특별약관을 통해 자구노력을 전제로 금융지원을 받게 된다.

##중견기업까지 살생부 작성

대기업중 단기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나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을 우려해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출자전환 등의 회생방안이 강구된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법정관리, 청산등의 방식으로 정리된다.

정부는 부실징후가 분명하나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주채권은행과 해당 기업의 '여신거래특별약관'을 동원, 자금지원을 하기로 했다.

여신거래특별약관은 워크아웃협약이 연말에 종료되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사업전망은 있으나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기업에 대해 은행이 특별약정을 통해 자구계획을 강제하는 대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자 제대로 못 갚는 대기업이 판정대상=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기업이 부실여부 판정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판정대상 대기업은 수십개에 이를 전망이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화의에 들지않은 기업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대기업이 상당히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그러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정리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 대기업의 경영능력, 사업전망 등을 면밀히 따져 살릴 기업에 대해서는 여신거래특별약관을 통해 과감하게 자금지원을 하겠다고밝혔다.

◇제2금융권에도 다시 '칼바람'=2단계 금융구조조정에서는 제2금융권 부실해소에 상당한 무게중심이 두어졌다.

특히 보험사의 건전성 최소기준인 지급여력 100%미만인 10개 생명.손해보험사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2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나 아직도 쌓인 부실이 많은 대한생명에 대해서는 1조5천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지급여력비율을 100%에 맞춘 뒤 국내외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실생보사 인수, 경영부실 등으로 지급여력기준에 미달하는 신한.럭키.한일.현대생명과 리젠트화재는 9월말까지의 자본확충 노력을 지켜본 뒤 적기시정조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8월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삼신생명은 오는 11월 인수.합병이나 계약이전 여부가 확정된다. 투신과 증권사도 예외가 아니다. 순자산비율이 일정기준에 미달하거나 영업용순자본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투신.증권사는 다음달 적시시정조치를 각오해야 한다.

현대투신의 경우 당초 경영개선협약에 따라 연말까지 1조2천억원의 자본확충을 하지못할 경우 담보로 확보된 계열사주식(1조7천억원 상당)이 강제 매각된다.

부실상호신용금고도 10월까지 모두 가려져 우량금고에 매각되거나 퇴출된다.

◇은행 통합은 10월중 가시화=이 금감위원장은 현재 우량은행간 통합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다음달중엔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산업구도 11월 드러나

이같은 당국자들의 발언을 감안하면 연내 직접 합병이나 지주회사 방식 등을 통해 2개의 초대형은행이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 지주회사로 통합하는 경우 은행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대주주인 종금.증권.보험.투신사들이 다양하게 결합되는 형태를 띠게된다.

공적자금투입은행이나 BIS 자기자본비율 8% 미만 은행들은 이달말까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경영평가위원회가 10월중 타당성을 평가해 독자생존 여부를가리게 되므로 늦어도 11월까지는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향후 구도가 짜여진다고 봐야한다.

◇문제는 없나=기업개혁과 관련해서는 자금지원이 보장되는 '여신거래특별약관'적용 대상기업 선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부도유예협약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워크아웃이 겉으로는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부실기업의 도피처 역할을 했음을 감안할 때 여신거래특별약관 적용 역시 정부나 채권단에 의해 편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선정 잘못땐 시장불신 가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외부감시가 수월하나 여신거래특별약관 적용대상기업 선정은 주채권은행에 의해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명성이 미흡하다.

따라서 한계기업에 여신거래특별약관 적용이 남용될 경우 오히려 시장불신을 가중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은행이 제대로 부실기업을 판정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추가부실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투입이 보장돼 있으나 이럴 경우 경영진의 책임문제가 따르는 데다 은행의 건전성이나 신용등급 하락 등을 감수하면서 결단을 내릴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특히 부실징후기업중 회생가능성이 없는 대기업들이 많이 나와 금융부실이 대폭증가할 경우 어느 정도까지 정부의 자금지원이 이뤄질 지도 알 수 없다. 40조원의 '실탄'을 추가로 마련했다고는 하나 추가부실 해소를 위해 은행에 투입될 자금은 4조, 5조원을 넘지않기 때문이다.

2금융권이나 은행 구조조정 역시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대로 연내 마무리가 가능할 지 현재로서는 점칠 수 없다.

통합.퇴출 과정에서 해당 금융기관 노조의 강력한 반발 등이 예상되고 있는 데다 은행 통합의 경우 해당 은행 경영진이 정부의 의도대로 과연 움직여 줄 지도 미지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