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미쓰비시사가 제작한 일본 요코하마 관광타워의 특수 엘리베이터로 비행기 이륙속도와 비슷한, 초당 40피트 이상의 속도를 낸다. 이 엘리베이터는 몰려드는 관광객들에게 기다리는 지루함으로 기분을 잡치지 않게 하기 위해 개발 가능한 최고의 속도로 그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개발되었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참고 기다릴만한 한계 시간은 15초 정도. 그 시간을 넘으면 사람들은 화를 내면서 불평하기 마련이다.
'빨리 빨리!'(제임스 글릭 지음, 석기용 옮김, 이끌리오 펴냄, 324쪽, 1만원)는 '생활의 편리'를 화두로 첨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 문명이 시간을 아끼고 쪼개 쓰도록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면서 여유를 주지 않고 바쁘게 살도록 할 수 밖에 없는 역설적 상황을 꼬집고 있다. 전에는 기차로 4시간이나 걸려 가야 하는 지역을 2시간이면 가도록 편리하게 바꿔지더라도 남는 시간을 여유있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일을 위한 시간으로 할애할 수 밖에 없어 더 숨가쁘게 생활해야 한다는 식이다.
스포츠 경기중 시간 제한이 없어 가장 느긋한 스포츠로 평가받는 야구의 경우 90년대 들어 투수의 투구제한시간이 20초에서 12초로 줄어들고 스트라이크존을 넓혀 타자들이 빨리 방망이를 휘두르도록 바뀌었다. 오직 속도감있는 경기 진행을 위해서였다.
신문 역시 마찬가지. 정보량이 점점 많아져 신문의 부피는 갈수록 느는 상황에서 짧고 간결한 기사, 눈에 띄는 편집으로 독자들이 신문 구독에 할애하는 일정 시간중 더 효율적으로 눈을 붙들어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기사를 짧게 쓰는 것으로 유명하며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는 '5대 일간지를 5분 안에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라는 선전문구를 동원하고 있다.
'카오스'의 저자이기도 한 제임스 글릭은 이 책을 통해 현대인들이 점점 편하게 바뀌면서도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변화가 심해 왠지 불편하게 느끼는 현대문명의 실체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다. 문명의 진화에 따른 시간의 미분 현상을 지적하는 데 공감하다 보면 어느덧 조급증에 빠져 있거나 조급증에 빠지지않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시간의식의 병리현상에 대한 지적이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지만 끝내는 진지해지게 만든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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