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들 말끝마다 욕설

언어폭력이 심각하다. 기상천외한 욕설과 비어, 속어, 은어가 일상 대화나 가상공간에 무차별적으로 횡행하면서 '말'의 공해를 일으켜 사회를 불안케 하고 있다. '…넘(놈)들' '이 씨발 ×년아' 등과 같은 욕설은 일상에서 공기처럼 흔해졌다. 몇해전 모 여성 국회의원이 한총련사건 당시 공권력의 언어폭력을 국회에서 고발한 발언을 보자. '야! 이 ××년들아, 한번씩 ××줬냐?'' 점심 사줄테니 내 것 ××줄래' 와 같은 성차별적 욕설이 난무,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20여년 살다 온 박인숙(50·국제 모유수유 컨설턴트)씨는 "남녀노소 모두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어 놀라울 정도"라며 "특히 젊은 남자들과 청소년들은 말끝마다 욕을 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어폭력의 심화현상은 온라인 매체의 보편화로 기름에 불붙은듯 증폭되고 있다. PC통신, 인터넷 등 온라인상의 언어는 가히 폭력 수준이다. 최근 서울 S여중 폭력사건을 둘러싸고 통신 게시판에 오른 네티즌들의 감정 표출은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대변해주는 한 사례. 가해 여학생 집을 '폭파하겠다'느니,'씨를 말려야 한다'는 등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통신 게시판은 익명성을 담보로 무차별적인 거짓모함의 장으로 변한지 오래다.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이해당사자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가하면 과장된 글을 올려 한 가정을 파탄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의 욕구를 분출할만한 곳을 찾지 못하다 온라인 매체가 보편화되면서 언어폭력이 활개를 치고있다"고 분석한다.

가정내 폭력도 예외가 아니다. 자식이 아버지를 '꼴통꼰대'라 지칭하는가하면 부모들은 툭하면 자식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위험수준이다. 은어나 저질 유머는 TV 등 대중매체에 아무런 제재없이 오르내려 청소년들에게 도덕 불감증마저 심어주고 있다.

이같은 우리사회에 난무하는 언어폭력에 대해 조현춘교수(경북대 심리학과)는 "말하는 방식(예절)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언어폭력 조장의 큰 요인 중 하나"라며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 올바른 언어교육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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