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복규(대구도예가회장·대구공업대학교수)

산과 들의 색이 바뀌고, 서늘해진 날씨가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멀지않아 겨울 채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마음도 바빠진다.

우리의 의식주에서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이 변화하고 있다. 옷은 주거 난방과 교통 수단의 발달로, 음식은 제 철을 잊은 과채류 등으로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계절감각을 잊게끔 한다. 동적인 것에서 정적인 것으로의 변화이다.

기실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사이를 넘나든다. 정과 동은 음양오행으로 본다면 양과 음일 것이다. 음양은 이분론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의 내부에 음양이 공존한다. 어느 한 쪽이 강해지면 어느 한 쪽을 보완하여 항상 균형을 유지해왔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서양의 사고로는 이해되지 않는 동양의 철학적인 삶이다. 동양이 서양을 따라가던 시대에서 서양이 동양을 따라오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변화된 의식주에서 새로이 음양의 균형을 찾아야할 때이다. 우리의 생활에서 음양의 조화를 발견하고, 조절하는 행위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이다. 또한 그렇게 찾은 아름다움은 향기로운 행복이다. 서양 미학의 시원인 플라톤의 '향연'은 밤을 새워 '미(美)'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밤새도록 토론한 것을 써놓은 책이다.

이 가을에 우리도 인생을 생각하는 철학자의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인간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것 중 하나인 식탁 위에서 일상 속의 행복을 찾아보자.

식탁 위의 그릇들은 철따라 음식에 맞춰 변화해 왔지만 음식 역시 계절감각을 잃은 지 오래이다. 이제 그 그릇의 변화로 잃어버린 식탁 위 음양의 조화를 되찾아봄이 어떨까.

봄엔 소박한 분청사기 그릇으로, 여름엔 시원한 유리나 청자 그릇, 가을에는 꽃무늬 화려한 그릇, 그리고 겨울에는 눈처럼 흰 백자로 바꿔보자. 변화하지 않는 도시 생활에 계절을 담는 그릇으로 또 하나의 행복을 가득 담아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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