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레저=갯벌탐사

"망둥어다, 망둥어! 어머 저기 게도 있네"썰물의 갯벌은 마치 처녀같은 몸매로 도심의 아이와 어른들을 유혹한다.

매끈한 검은피부가 너무 아름답다. 갯벌은 그 알몸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요염한 자세로 누워있다. 제 몸속에 수많은 생명을 품은채.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가을, 투명한 햇살을 받으며 갯벌여행을 떠나보자.

신발은 벗어두고 맨발로 들어가자. 미끈한 진흙이 발가락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간지러우면서도 부드러운게 촉감이 그만이다. 여성들이 갯벌진흙을 얼굴에 바르고 문지르는것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지난주 일요일 전북 김제에 있는 심포갯벌. 서울과 대구에서 온 일단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열심히 갯벌탐사를 하고 있었다.

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수십만, 아니 수백만개의 숨구멍이 빽빽히 나있다. 흥분한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연신 모종삽으로 갯벌을 파헤친다.

"앗, 조개다"라는 탄성이 나오더니 여러군데서 "으악, 으악"하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무심히 갯벌을 파다보면 조개껍질이 나온다. 조개인줄 알고 흥분한 나머지 손으로 꺼내려고 하면 지렁이 같은 몸통이 잡힌다.

"엄마앙, 난 몰라" 조개인줄 알고 무심코 만지다가 기겁을 한다. 특히 여학생들이 크게 놀란다. 개맛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무늬만 조개이지 실은 지렁이와 비슷한 완선동물인 것. 좀 징그럽게 생겼다. 심포 해안에는 특히 개맛이 많다.

이어서 꼬물락거리는 게를 건져 올리고는 의기양양하다.

외지에서 온 꼬마손님들을 반기듯 게들도 신이났다. 밀물때 외출했다, 썰물이 되자마자 재빨리 집에 돌아온다. 집에만 있는게 심심한듯 이내 나와서는 슬슬 먹이사냥에 나선다.

갯벌은 게, 조개, 망둥어들의 집이자, 놀이터이자, 사냥터이다.

갯벌에서는 어른, 아이 할것없이 누구나 자연의 일부가 된다.

현장학습나온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갯벌의 낮잠을 깨운다.

"누나 이리와봐, 게 잡았어" "나는 벌써 다섯마리나 잡았어"

갯벌에서 옷을 버리는건 문제가 안된다. 쪼그려앉거나, 무릎을 꿇고 열심히 사냥을 한다. 드넓은 공간을 펄쩍펄쩍 뛰어 다니다 미끄러져 온통 진흙투성이가 된다. 이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갯가아이가 됐다.

서해안의 갯벌에서 만나는 낙조풍경도 색다른 볼거리. 수평선 위에서 환한놀을 간직한채 서서히 잠수하는 일몰풍경, 서해안 에서만 볼수있다.

밀물이 들면 갯벌은 빠르게 바다로 변한다. 게들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아이들도 아쉬움을 뒤로 한체 일어나야 한다. 대구 와룡초등학교 2년 이성욱군은 "TV로만 보다가 실제로 게도 잡고 조개도 캐고 하니 너무너무 재미있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갯벌체험으로 인기있는 곳은 서해안의 변산반도. 대구에서는 88고속도로를 타고가거나 아니면 경부선을 이용, 대전에서 김제로 가도 된다. 약 4시간정도 소요된다. 대구교육문화원(325-0900)에서는 29일 갯벌체험을 떠난다.

여행을 가기전에 여벌옷과 모종삽등을 반드시 챙겨야되고, 가려고 하는 갯벌의 면사무소에 물때를 알아보는 것도 잊지말아야 한다. 시간이 있으면 변산반도의 채석강과 곰소염전을 둘러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된다.

이창훈기자 ch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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