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I -YS 정치말고 원로로 남아라

김영삼 전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내외에 드세다. 이는 김 전대통령이 말을 삼가지 않고 마구잡이로 하고 또 전직대통령으로서 정치원로로 남아있지 않고 현실정치에 들어서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정치재개를 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지만 그가 주도하고 있는 민주산악회 재건 시도는 누가 봐도 현실정치 참여인 것이다. 김 전대통령은 전직대통령으로서, 또 정계원로로서 현실정치에 대한 조언이나 충고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바로 원로이기 때문에 무게가 있어야 하고 절제된 것이어야 한다. 가령 IMF의 위기는 아무리 변명해도 김 전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언급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최근 IMF의 책임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당시 노동법개정과 금융개혁입법을 반대한 야당에게도 일부의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는 것은 당시의 최고 책임자였던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이인제씨에게 모친상 때 조화의 위치가 중앙에 놓였다고 해서 이를 칭찬하면서 당선가능성이 높다느니 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얼마 전까지 만해도 김 전대통령은 이인제씨에 대해 "상도동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 적이 있는 사이가 아닌가.

때로는 그의 말이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적이 있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을 실망시킨 일이 훨씬 더 많았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정치에 사실상 복귀했다는 점이다. 앞서의 지적처럼 민주산악회 재건과 자유수호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명의로 추진중인 '김정일 답방반대 서명운동' 은 사실상 정계복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정치복귀가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3김 정치가 가지고 있는 모든 나쁜 의미의 정치적 악습의 재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역정치, 패거리정치, 투쟁정치, 보스정치 등 얼마나 많은 나쁜 정치적 유산을 남겼는가. 그래도 그때는 민주화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될 수 있었지만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현재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햇볕정책과 관련되어 남남(南南)갈등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갈등의 해소에도 사실상 직접 나서기보다는 원로답게 처신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최근 김 전대통령과 민주화운동을 같이한 어느 야당정치인이 "정치개입 말고 원로로 남아주길 바란다"는 충언을 했다. 이것이 바로 민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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