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북한의 두 얼굴

북한의 '외교 일꾼'들은 요즘 한창 바쁘다. 건국이래 최초의 미 국무장관 방북(訪北)을 맞이하랴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 50주년(6.25참전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찾아온 중국 참전 군인들을 환영하랴 정신이 없다. '브로치' 외교로 유명한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이 이번 방북길에는 미국기인 성조기 브로치를 달아 관심을 끈다. 주요협상 때마다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는 다양한 브로치를 부착하는 올브라이트는 지난 6월 미사일 문제로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을 만날 때는 '벌' 브로치를 착용, 따끔한 경고를 상징했었는데 이번에 성조기 브로치를 단 것은 "미국의 기본외교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상징이란 것. 올브라이트를 맞이한 북한측은 최고의 예우로 국빈대접을 하고 있다. 방북 첫날인 23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백화원 영빈관을 찾아 환영했나 하면 금수산 궁전 관람 때는 권력 2인자인 조명록(趙明祿)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안내를 하는 파격의 대우를 했다. 이같은 예우는 22일 평양을 찾은 중국 참전용사 대표단을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부장이 만난데 비하면 실로 파격적인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는 것이다. 그 명단에서 제외돼야 국제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고 '외화 벌이'도 가능해진다. 때문에 올브라이트를 극진하게 대우하는 것은 북한의 사활에 관계되는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전통 우방인 중국에 대한 의리보다 세계의 대형(大兄)인 미국으로부터 합격점을 받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지난 여름 과거 10년동안 통틀어 가장 강도높은 군사훈련을 강행했다. 또 지금 중국과 '항미원조' 5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영원한 동지임을 다짐하고 있는 모순된 두개의 얼굴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남북대화를 통해 지금까지 약속된 합의사항을 이행하기는커녕 우리측 요구에 답신조차 않고 있는 것이다. 장기수를 송환하고 식량을 지원하고 그러고도 모자라 6.25 50주년 기념행사 조차 쉬쉬한 우리 정부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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