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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유혈사태 한달 양측 첨예한 異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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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유혈 사태가 27일로 만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처음 사태가 발생할 때만 해도 일부에서는 이런 극한 대립이 어쩌면 교착상태에 빠진 양측 평화회담에 촉진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까지 있었으나,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계속 꼬여만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의 발생·진행=지난달 28일 이스라엘 극우 리쿠드당의 샤론 당수가 이슬람교의 알-아크사 사원을 찾은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의 방문 목적은 이 사원의 주권 역시 이스라엘이 가졌음을 과시하려 했던 것. 대부분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런 예민성 때문에 이곳 방문을 금기시해 왔다.

이에 격분한 팔레스타인인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군은 발포로 대응, 유혈사태가 막을 올렸다. 10여명의 이스라엘인을 포함해 1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그러나 사태의 발생 배면에는 지난 9월13일까지로 돼 있던 평화협정 체결 시한을 앞두고 높아져 오던 양측간의 긴장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시한은 그보다 꼭 7년전 있었던 오슬로협정을 바탕으로 정해졌던 날. 협정 체결이 장애를 받자 지난 7월11일부터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클린턴 미국 대통령 중재로 협상이 시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고,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은 "이스라엘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해 버리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었다. 그런 상황은 어차피 중동의 재충돌로 이어질 터였다.

◇세계가 긴장하는 이유=사태가 위급해진 뒤 세계 각국은 우선 유혈 충돌이나마 중지시켜 보려고 중재에 매달렸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했지만, 자국의 이익에도 긴요했기 때문. 미국 경우 중동정세 불안으로 세계 원유 공급에 불안이 초래되고 값 역시 폭등할 경우 자국의 대통령 선거까지 영향받을 지경이었던 것. 세계 각국의 일반 시민들이 이 사태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도 원유 문제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이번 중재에는 미국이나 러시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특징이 드러나기도 했다. 아랍권이 미국을 철저히 불신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 때문에 양측 모두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의 노력이 돋보였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다시 바라크와 아라파트를 워싱턴으로 초청해 회담을 만들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양측의 태도=하지만 사태 발생 한달째인 현재 상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각자 자기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듯 싶다.

이스라엘측 바라크는 자국내 정치상황상 위기에 몰리게 돼, 이번 사태를 촉발시켰던 장본인인 샤론과의 거국 비상내각 구성을 모색하고 있다. 극우 측은 평화로 가자는 오슬로 협정 자체 조차 부정하고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다음달 중에 독립국가를 선포해 버릴 것을 고려 중이다. 지난달 13일 이후 연기돼 왔으나, 주민 분위기 등 때문에 더 이상 미루기 곤란해졌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이슬람 극렬 단체들이 이번 상황을 계기로 목숨 건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투쟁 수단은 테러. 때문에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등까지도 테러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이미 미국 군함과 영국 대사관이 공격을 받았고, 26일엔 지하드 소속 스물세살난 청년 1명이 이스라엘군 초소에 자살테러를 감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청년은 폭탄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초소로 돌진, 자신은 숨지고 이스라엘 병사 1명이 부상했다.

◇풀리기 힘든 난제들=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1995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출범했지만, 이것에는 외교권과 군사권이 없다.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는 것. 그래서 독립국가를 출범시키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이들의 독립 자체를 부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예루살렘을 누가 가질 것인가의 문제, 팔레스타인 지역에 만들어진 이스라엘 식민 도시 철거 문제 등 넘기 어려운 난제들까지 버티고 있다.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모두 자기네 종교의 성지로 여기는 곳.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를 빼앗아 챙겨두고 있는 중이다. 팔레스타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를 자기네 독립국가 수도로 해야겠다는 입장이고, 이스라엘은 절대 안될 일로 여기고 있다. 이때문에 국경을 초월한 세계 도시로 삼자는 제3자 제안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식민 도시 문제도 동예루살렘 만큼 예민한 과제.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으로 확보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다. 이곳에는 주로 해외에서 이주해 오는 자국민을 정착시켰다. 그러면서 현재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인정하더라도 정착촌은 우리 국경선 안으로 넣겠다"는 배짱을 내보이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갉아 먹는 것으로 치부됐다. 반발은 당연한 일. 그래서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러한 식민 마을 공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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