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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제언-봉산미술제 야외설치작품 파손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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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봉산미술제가 끝나갈 무렵, 대학생들의 야외 설치작품이 누군가에 의해 심하게 파손된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받았다. 젊은 미술학도들이 몇날 밤을 새우며 의욕과 용기로 빚어낸 작품들이 무참히 짓밟힌 현장을 보고 아연할 따름이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그 몰지각한 문화의식에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훼손된 작품은 전통문화와 도덕적 정신성에 대한 상징물로 3~4m 높이에 안치한 불상과 현대를 특징짓는 가상현실 속의 영상 이미지를 대비시킨 작품이었다. 또 한 작품은 네 개의 인체 조각을 정방형의 프레임 속에 매달아놓아 인간의 실존적 위기감을 나타낸 작품이었다. 혹 불상이 특정 종교의 상징때문이거나 매달린 인간 형상이 혐오감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보고 설치 장소가 주민들이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라서 일주일간 계속되는 전시기간이 불만을 샀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해보았다. 그러나 연이어 계속된 다른 조형물들의 파괴를 보면서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 피상적인 인식과 극단적인 행동에 그저 할 말을 잊을 뿐이다.

무엇보다 진지한 고민과 성찰로 인간과 사물에 대해 숙고하려는 젊은 예술가들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러한 몰지각한 파괴로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이 가슴 아프다. 설령 아무리 조악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하물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이념의 표상이라고 해서 이와 같은 만행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사회라면 우리가 함께 걱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점점 각박해져 가는 이 불모의 현실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상실돼가는 인간 존재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여전히 새로운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그것이 현재로서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폭력과 몰이해로부터 진지한 정신적 태도의 산출물들을 지켜주지 않으면 안된다. 시민들의 높은 문화의식이 더욱 아쉽다.

김영동(영남대 조형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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