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대만.인도네시아 등 상당수 국가의 최고지도자들이 부패 또는 실정으로 탄핵위기에 봉착, 아시아권 전체에 새로운 정치 불안이 우려된다. 이 위기가 1997년 경제위기 때의 연쇄적인 각국 정권교체처럼 '도미노 현상'으로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정치.경제 위기 자문 연구소(RESC, 홍콩)의 브로드푸트 소장은 "3년 전 경제위기는 한국.인도네시아.태국 등의 정권교체로 이어졌었지만, 지금의 위기는 '머피의 법칙'에 가장 흡사하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그는 아시아 각국 지도자들에게 나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은 현재 불법 도박자금 및 담배세 유용 등으로 만들어진 800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탄핵 위기에 처해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명예퇴진'을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의 야당들은 56억 달러 규모의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협의 없이 백지화한 천수이볜 총통에 대한 소환제 개정안을 절대적 찬성으로 7일 가결했다.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부패, 경제 실정, 분리주의 무장그룹 대처 실패 등으로 탄핵절차 관련 특별의회 개회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수감 중인 안와르 전 부총리 지지자 1천여명이 그의 석방과 개혁을 요구하며 최근 6개월 사이의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를 지난 5일 벌였다. 모리 일본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와 관련, '제3국 발견안' 파문으로 지지율이 지난 9월보다 6.9%p 떨어진 19.6%에 그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7년 위기로 심한 타격을 입은 국가들 경우, 한가지 정치불안 요소만 발생해도 새로운 정치적 동요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팀 아시아 컨설턴시'(마닐라)의 햄린 소장은 "아시아 금융위기에 이은 정치 격변을 되돌아 보면 당시 아시아 각국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약속을 유권자들에게 이행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홍콩)의 경제전문가 앨러팻은 "경제적 측면에서는 현재의 아시아 각국 상황이 1997년과 다르다"면서도, "각국의 불안 현상은 저성장 및 기업도산 등 심각한 국내문제를 일으켜 정권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 현재 아시아 각국의 주식시장 대부분에서 매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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