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막가는 도의회와 직장협

경북도의원들과 경북도 공무원직장협의회(이하 직장협)의 감정대립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흥미(?)와 우려를 함께 낳고 있다.

지난달 18일 직장협 홈페이지에 도의원들을 싸잡아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글이 실린 것을 계기로 흥분한 몇몇 도의원들은 직장협 관련 조례 폐지 움직임을 보였다. 직장협은 이에 대해 도의원 실명 거론 등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은 10일까지 도청측에 대책수립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이를 보고 조례 폐지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의원들의 격분도 이해가 간다. 비록 사이버 공간이긴 하지만 "정신나간 X, 흑싸리 쭉데기"라는 표현에서부터 "너희들의 X구멍까지 다 안다" 등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상황에서 '응징'을 거론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의 대응방식은 적절치 못했다.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조례 폐지를 들먹이는 행위는 엉뚱한 분풀이로 비친다. 또 도청 간부들을 불러 직장협을 '조져라'고 다그친 것도 당당하지 못한 소아병적인 태도였다.

직장협의 반응도 정상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정말 비리의원이 있어 도정에 장애물이 된다면 직장협만 알 일이 아니라 실명을 공개하고 '퇴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의회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고 마치 비리의원 명단을 여차하면 공개할 수도 있다는 직장협 주변의 이야기는 정말 바람직스럽지 않다. 의원들은 물론 제 3자가 보기에도 약점을 잡고 '협박'하려 한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대세로 자리잡은 직장협 자체를 뿌리째 뽑아버리려는 일부 도의원들의 처사가 아무리 권위주의적.전근대적 사고방식의 산물이라고 해도 직장협의 대응 수준은 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물론 의원들도 의회 전체가 비리집단처럼 매도당하는 상황에서, 일각의 색안경을 낀 시선을 벗어나는 길은 그 색안경을 힘으로 벗기려 하기보다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양측이 하루빨리 냉정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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